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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규제현장③]'끈적한 규제'에 발목잡힌 아스콘산업

수정 2022.09.13 07:19입력 2022.09.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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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입지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기준…"현재 기술로는 충족 못해"
아스콘 업계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 시간 달라는 것"
환경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 이미 밝혔다" 요지부동

[中企규제현장③]'끈적한 규제'에 발목잡힌 아스콘산업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한 아스콘 업체가 도로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경인아스콘공업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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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기온이 낮은 겨울에는 30분 내 공사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140도의 온도를 유지해야 아스콘(아스팔트+콘크리트)이 굳기 전에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통체증이 심한 서울 도심에서는 야간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통상 밤 10시에 시작해서 다음 날 새벽 4시에 작업을 마쳐야 한다. 서울경인아스콘공업협동조합 등 전국 조합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공사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아스콘 공장을 선정하는 일일 정도로 거리와 시간은 중요하다. 그나마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1시간 내 도착해도 괜찮지만, 겨울에는 10분만 늦게 도착해도 폐기물로 처리되기 일쑤다.


그래서 아스콘 공장 위치는 공사 현장 반경 30~40km 이내여야 한다. 다만,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시설이라는 이유로 도심지에서 벗어난 계획관리지역이나 자연녹지지역에 자리 잡아야 했다.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전국 512개 아스콘 업체 가운데 72%인 369개 업체가 계획관리지역이나 자연녹지지역에, 나머지 업체들은 공업지역인 공단에 입주해 있다.


계획관리지역은 도시지역으로의 편입이 예상되는 지역이나 자연환경을 고려해 제한적인 이용·개발을 하려는 지역이고, 자연녹지지역은 자연환경과 농지, 산림을 보호하고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정된 지역이다.


공장 지을 때는 적법했지만, 지금은 무허가 불법시설

문제의 시작은 이 부분이다. 공장을 지을 당시에는 적법했지만, 환경부가 특정대기유해물질에 대한 배출기준을 강화하면서 계획관리·자연녹지지역에 자리 잡은 72%의 아스콘 공장은 무허가 불법시설로 전락한 것이다.


환경부는 2006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대기환경보전법을 개정,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벤젠 등 특정대기유해물질을 단속 대상에 추가하고 배출기준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방지시설 설치 후 배출허용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 업체만 재허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PAHs의 배출허용 기준치는 10ng/㎥로 이 수치는 현재의 기술로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수치라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반면, 공업지역인 공단의 PAHs 배출허용기준은 5만ng/㎥로, 계획관리지역보다 5000배나 낮다.


서울경인지역 50개 아스콘 업체는 지난해 말까지 각사에서 3억~5억원씩, 모두 175억원을 투자해 유해물질 저감시설을 설치했지만, 환경부가 요구하는 기준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현재 방지기술로는 기준치를 충족할 수 없다는 의미다.


서상연 서울경인아스콘공업협동조합(서울경인조합) 이사장은 "연합회를 주축으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한국대기환경학회 등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최적방지시설 공모전을 3차례 시행했지만, 기준치를 충족하는 설비는 개발되지 못했다"면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현재의 기술력으론 기준치를 맞출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스콘은 원유 정제공정에서 마지막 남은 찌꺼기인 아스팔트(AP)가 주원료다. 정유사에서 납품한 AP에는 이미 기준치를 초과한 벤젠(3.11ppm/기준치 0.1ppm) 등이 함유된 만큼 정유사에 책임을 먼저 묻는 것이 순리라는 게 업계의 주장. 환경부가 정유사도 외면한 문제를 영세한 아스콘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 시간 달라는 것"

환경부의 높은 허들을 넘을 가능성도 없지만, 그 허들을 넘어도 규제는 여전하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는 대기 배출시설의 설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공장은 아예 계획관리구역에 자리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재허가를 받아도, 현재 위치에서 아스콘 공장을 계속 운영할 수 없어 공장 문을 닫거나, 배출허용 기준이 여유로운 공단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미다.


연합회가 집계한 지난해 전국 아스콘 생산납품실적을 보면 서울경인 지역 590만t, 부산울산경남 272만t, 대구경북 260만t, 충북 2021년 140만t 등이다. 서울경인 지역이 나머지 지역의 2배를 넘는다. 그나마 다른 지역보다 나아 보이는 서울경인 지역도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서울경인조합의 추산에 따르면 서울경인 지역 아스콘 업체들의 평균 매출은 100억~150억원가량이다. 이 가운데 수익은 10% 정도다. 눈비가 오거나 너무 추운 날씨에는 일할 수 없어 연간 평균 공장 가동일은 200일, 열악한 지역은 연간 가동일이 고작 100일에 불과할 정도다. 연간 10억~15억원의 수익으로 겨울에 2~3억원을 들여 기계·장비를 보수하고, 나머지로 원·연료비,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다. 일부 지역은 연간 매출이 15억~20억원에 불과한 업체가 수두룩하다. 저감 시설 투자는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다.


서 이사장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저감기술 개발·상용화까지 기존 아스콘 공장에 대한 특정대기유해물질 조사와 단속을 유예하고, 계획관리지역의 입지 제한도 완화해 달라"면서 "답이 없는 숙제지만 풀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업체들의 노력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그나마 아스콘 업계와 경기도 간의 협의에서는 계획관리지역 입지 제한을 다소 완화해 주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환경부는 요지부동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면서 "현재 대기환경보전법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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