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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규제현장①]"스티커 붙이려 추가 채용?"…비현실적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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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中企 규제 현장을 가다
비용 들여 고유식별코드 만들어 붙이고, 수만 가지 제품 정보 일일이 입력 난제
"생계 막막한데...영세업자 줄도산, 국내 의료기기 산업 후퇴" 우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낱낱이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현장과 괴리된 수많은 규제도 새삼 확인했다. 중기중앙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제출한 484쪽 분량의 '규제개혁 과제집'을 참고로 중소기업인들을 만났다. "시행령, 시행규칙 한 줄은 정부가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고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업인들의 절규에 정부가 화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 註]

[中企규제현장①]"스티커 붙이려 추가 채용?"…비현실적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제'에 위해성이 낮거나, 거의 없는 1~2등급 품목이 포함된 데 대해 불합리함을 호소하고 있는 신동진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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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종로 3가~6가 사이에는 의료기기 판매상 80여곳이 몰려있다. 이들 업체의 90% 이상은 1인이나 부부, 가족이 운영하는 월매출 1000만원 미만의 영세업체들이다. 순수익은 월 200만~300만원선, 월세를 내고 남은 100만~200만원으로 생계를 간신히 꾸리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유통업체의 90%가량은 종로와 비슷하거나 조금 나을 정도로 규모가 영세하다.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에 등록된 의료기기 유통업체 수는 모두 6만9000여개. 의료기기를 직접 제조·수입하는 업체가 7000여개, 나머지 6만2000여개 업체는 영세 제조·판매·임대업체로 대부분 1인이나 부부, 가족이 운영한다.


이들 영세업체들이 위기에 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0년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제'를 시행하면서 제품별 '고유식별코드(UDI)' 부착, 판매가격 등을 모두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제는 의료기기가 제조·수입사부터 총판·대리점·도매상·소매상·의료기관 등으로 이동·공급할 때마다 식약처에 공급 내역을 모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문제는 UDI 부착 및 보고 대상 제품 수량이 너무 많다는 데서 발생한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20년 7월부터 4등급부터 보고를 시작해 매년 한 등급씩 보고 대상이 추가돼 2021년 3등급, 올해 2등급, 내년에는 1등급 의료기기를 보고해야 한다. 4등급은 인공심장박동기 등 고도의 위해성을 가진 의료기기로 256개 품목, 3등급은 인공관절과 임플란트 등 잠재적 위해성을 가진 338개 품목이 해당한다. 잠재적 위해성이 낮은 2등급은 체온계와 혈압계 등 일반가정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1036개 품목, 1등급은 잠재적 위해성이 거의 없는 붕대나 복대, 무릎보호용 밴드 등 588개 품목이다.


의료기기 업계는 위해성이 낮거나 거의 없어 약국이나 편의점 등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1~2등급 의료기기는 공급내역 보고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세업체들은 1~2등급 의료기기를 주로 취급하는데 품목 수는 1624개에 불과하지만, 품목마다 스몰과 라지 등 사이즈가 있고, 용도와 특성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뉘어 실제 UDI 부착과 보고해야 할 제품의 종류는 최소 1만2000여종이다. 이 제품마다 원가 30원짜리 스티커를 부착해야 하고, 이를 팔 때마다 공급자 정보·거래처·품목·모델명·공급일시·수량·가격·UDI 번호 등을 입력해야 한다.

[中企규제현장①]"스티커 붙이려 추가 채용?"…비현실적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 종로의 한 의료기기 유통업체에서 직원이 제품정보를 입력하고 있다. [사진=김종화기자].


게다가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정보 표준화도 미흡하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같은 품목의 제품도 UDI는 물론, 명칭과 규격, 단위 등이 저마다 달라 보고 과정에서 잦은 오류가 발생하는 등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제품의 정보 표준화가 선결되지 않으면 보고도, 집계도 정확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신동진 (사)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 회장은 "수많은 제품에 UDI 스티커를 부착하고, 다양한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인력을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면서 "생계를 겨우 꾸리는 영세업자들의 줄도산과 제품가격의 인상 등을 초래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통단계마다 공급내역을 보고받아 의료기기의 재사용 등 부조리를 방지하겠다는 식약처의 의도와 달리, 실제로는 영세업자들을 위기로 내몬 셈이다. 큰 그림은 그리면서도, 부부나 가족이 운영하며 매월 200만원 이하의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의료기기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제도 도입 전에 공청회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했다면 이런 사달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유해성이 없는 1, 2등급은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고, 꼭 필요한 품목은 예외로 두는 등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시행규칙 한 줄 고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공급내역보고 제도에 대해서는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합리적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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