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전찬일의 문화수다] '모 주석'이 영화화 된다면…

시계아이콘02분 44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전찬일의 문화수다] '모 주석'이 영화화 된다면…
AD


지난 17일 1박 2일 일정으로 공주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금강유역문학 축제에 다녀왔다. 최근 신간 장편소설 '모 주석은 이렇게 말하였다'(도서출판 등; 이하 '모 주석')를 세상에 내놓은 중견작가 김홍정이 첫 만남 자리에서, ‘소설의 즐거움’에 대해 30분가량 발표해줄 수 있냐는 제의에 응하기 위해서였다. 충남작가회의 회장 등을 맡고 있는 그는, 시집 '다시 바다보기'(2007)를 비롯해 소설창작집 '그 겨울의 외출'(이상 오늘의문학사, 2014)과 '창천이야기'(2017), 사진 에세이집 '이제는 금강이다'(2017), 전 10권으로 이뤄진 대하소설 '금강'(1?6권 초판 2016년, 7?10권 2020년 2월), 연작소설 '호서극장'(2020), 장편소설 '의자왕 살해 사건'(이상 솔출판사, 2018)과 '린도스 성의 올리브나무'(도서출판 등, 2021) 등을 펴냈고, 공주문학상과 2020 충청남도 올해의 예술인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공주 토박이다.


나는 발행 며칠 전 출판사 대표에게 요청해 받은 PDF 버전으로 소설을 완독했다. 그것도 단숨에! 그만큼 '모 주석'은 가독성이 높았다. 본문만 200여 쪽에 지나지 않는, 길지 않은 분량 때문은 아니었다. 플롯은 말할 것 없고 등장인물들의 성격화(Characterization), 작가가 우리 시대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 내지 교훈 등 전 층위에서 압권이었다. 며칠 지나 받은 책으로 다시 읽어도, 그 압도적 감흥은 여전했다.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김훈의 첫 번째 소설집 '강산무진', 이창동 소설집 '소지'와 '녹천에는 똥이 많다', 그리고 여로 모로 비교될 법한 옌렌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등과 나란히 내 생애의 소설로 살아가기 부족함 없다.


사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시대착오 내지 사상적 오해 등을 야기시킬 수도 있을 제목부터가 크고 깊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짜라투스트라도 아니고, 문화대혁명(1966∼1976)의 크고 작은 과오들로 인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도 공식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어느 모로는 ‘철 지난’(?) 정치가이자 사상가 모택동(毛澤東/ 마오쩌둥)이 “이렇게 말하였다”니, 작가의 의중이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중국통’이라고 여기는 친구에게 의견을 구했다. 흥미롭게도 그의 전언은 작가와 통했다. 적잖은 중국인들에게는 지금도 여전히 모 주석의 어록이 성경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김홍정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 주석’은 이미 현실이 아니지만 그를 현실 속에서 종종 만난다. 작은 호주머니에 들어갈 크기의 붉은 비닐 포장 어록, 열두 컷 사진 속의 모 주석은 진지하거나 웃고 있다. 그의 눈빛에서 많은 이야길 들을 수 있다. ‘모 주석의 어록을 공부하여 그의 가르침과 행동을 따르자’라는 린빠오의 말이 새삼 경구로 남는다.”(213쪽) 20대의 일개 사병과, 제법 나이든 사단장의 젊은 30대 아내 사이의 치정 불륜으론 성에 차지 않았는지, 모 주석의 어록을 내던지고 짓밟으며 끝내 갈가리 찢어발기는 옌렌커의 소설이나, 그 소설을 토대로 빚어낸 장철수 감독의 동명 영화(2022)와는 달라도 정말 다르다.


그러나 그 진심 가득한 내면이나 가식이라고는 아예 찾기 불가능한 진정성 등에서 위 소설과 영화는 김홍정의 소설과 상통하고 직결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인류의 운명과 역사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요, “인간의 존엄에 대해 영원한 존중과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라는 옌렌커의 말은 김홍정의 그것일 테기에 내리는 평가다. 옌렌커와 마찬가지로 김홍정도 “인간과 인류사회 전체의 발전에서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요소인 ‘사랑과 존엄’을 얘기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김홍정은 이런 바람을 피력했다. “'모 주석은 이렇게 말하였다'는 주인공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겠다.”고. “특별하지도 않거니와 크나큰 성과를 이룬 사람이 아닐지언정, 아무렇게나 혹은 되는 대로 살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하여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영웅적 주인공은 아니어도, 니체가 역설한바 노예가 아닌 주인의 삶을 살아가는 그 사람들로는 크게 네 명의 중심인물이 존재한다. 외연적 주인공은 짱민꿰이(이후 짱)이다. 짱은 중국 공산당 대장정(1934~1935)에 숙수(요리사)로 참전했던 조선족의 아들로 혼하 인근 하앙촌에 산다. 조선해방전쟁 참전을 독려하는 펑더화이의 명을 받고 그는 외숙부 양충과 인민지원군 9병단 후발대 숙수로 참전한다.


6·25전쟁부터 5.18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짱을 축 삼아 30년에 걸쳐 펼쳐지는 플롯은 너무나도 드라마틱하다. 느슨한 듯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정교·치밀하다. 작가도 밝혔듯 “문득 생각이 펼치는 대로 따라가 글을 쓴 경험”을 살려 “운동선수에나 있을 법한 힘 뺀 글” 덕분에, “절묘한 즐거움이 있다.” 양충과 짱에 더해 짱의 입양 딸 짱쯔얼과, 아버지를 도와 짱이 운영하는 중화요리집 중화각에 잔반을 얻으러 오가다 짱을 통해 요리를 배우고 대학까지 가게 되고, 끝내 교사의 삶을 살게 되는 이종명 스토리까지 가세하면 소설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김홍정 작가와 동세대여서만은 아니다. 공주에서의 발표에서도 강변했듯, '모 주석'의 ‘진짜’ 주인공은 짱쯔얼과 이종명이라는 것이 내 해석이다.


양충부터 이종명까지 그들 네 인물은 단 한 순간도 주인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럴 법한데도, 아니 그래야 인간적이라는 소릴 들을 텐데도 그들은 결코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잃지 않는다. 그 어떤 극악한 상황에서도 배신을 하지 않을뿐더러 신 탓, 세상 탓, 남 탓도 하지 않는다. 그 얼마나 ‘위대한 보통사람들’인가!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옌렌커의 소설이 영화로 옮겨졌듯, '모 주석' 또한 뜻있는 보통사람들에 의해 영화화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직 구체적 그림은 그리진 않았어도, 실은 이미 그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7월 동갑내기 역사학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인생 절친인 조철현 기록문학가 겸 다큐멘터리 PD 등과 설립한 법인 ㈜한류역사문화TV의 프로젝트로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성원을 바란다면 과욕일까?


AD

전찬일 영화평론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2508:00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K팝에 의존했던 한류 소비 지형이 문학과 영화, 음식으로 다변화했다. 지식재산권(IP)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실질적인 관광 수요와 수출 수익까지 견인하는 핵심 산업 동력으로 진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은 25일 이 같은 현상을 입증하는 '2025 외신·소셜데이터로 보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른 나라 매체와 누리소통망(SNS) 자료 150만 건을 샅샅이 분석해 한류의 확산 구조

  • 26.02.2508:00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온라인 화면을 뚫고 나와 실물 경제를 견인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입증한 지식재산권(IP)의 힘이다. 단순한 영상 소비를 넘어 관광, 식음료, 정보통신기술(IT) 등 산업 전반을 집어삼키며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판도를 바꾼다. 이 작품은 시청 수 3억2510만 회를 기록하며 역대 넷플릭스 영화 시청 1위라는 대기록을 썼다. 15주 연속 시청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영

  • 26.02.2508:00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피 튀기는 장르물에 집중했던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 진화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다각적 현지화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로맨스물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 세계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비한류권인 멕시코에서조차 9주 연속 넷플릭스 시청 수 10위권에 진입하며 지식재산권(IP)의 장르적 스펙트럼과 소비 영토를 동시에 넓혔다. 압도적 성과의 이면에는 각국의 문화적 맥락을 파고든

  • 26.02.2508:00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한국 영상 콘텐츠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로 안착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지식재산권(IP)의 폭발력을 명확히 증명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시즌 1, 2, 3이 나란히 시청 수 1, 2, 3위를 싹쓸이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썼다. 흥행은 화면을 넘어 실물 경제와 문화 산업 전반으로 파급력을 넓혔다. 글로벌 식음료 및 패션 브랜드와의 연이은 협업이 이를 증명한다. KF

  • 26.02.2508:00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한국 문학이 변방의 언어라는 태생적 굴레를 벗고 세계 문학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일회성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지적 독서로 번졌다. 한국문화정보원의 빅데이터 분석은 이를 객관적 수치로 입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한국 문학 관련 외신 보도 비중은 전 분기 1.2%에서 32.4%로 30%포인트 이상 뛰었다. 유력 매체들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 26.02.2615:31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2월 2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과 함께 오늘 생생토

  • 26.02.2514:37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박원석 전 의원, 이태규 전 의원(2월 23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이태규 전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두 분 모시고 핫이슈 생생토크 하겠습니

  • 26.02.2310:59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2월 20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의 9차 당대회가 19일 개막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세습과 관련해서 9차 당대회에서

  • 26.02.2015:42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과 김윤형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모시고 핫이슈 관련해서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소종섭 :민주당 얘기 좀 해볼까요? 송영길

  • 26.02.1915:25
    '젊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젊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어느 순간 그렇게 됐다. 서울이 뉴욕의 축소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많은 외국인은 어디서 왔을까?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