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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나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아집니다?"

수정 2022.05.24 13:32입력 2022.05.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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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나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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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나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아집니다."


금융위원회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오는 카드뉴스다. 오는 7월12일부터 도입되는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을 앞두고 퇴직연금 적립금의 100%까지 디폴트 옵션을 통해 운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디폴트옵션에 가입만 하면 내 연금의 수익률은 높아질까.

연금을 운용할 운용사들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답한다. 아직 제도 전반의 윤곽이 나오지 않아서다. 이들의 운용 전략도 중구난방인 상태다. 예를 들어 자산 배분 성향을 위험자산 50%, 안전자산 50%으로 잡았는데 증시가 요즘처럼 급락했을 경우 비중을 유지해야 할지, 비중을 더 줄여 가입자 수익을 높이는 최적의 방안을 택해야 할지, 각 운용사마다 말이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률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매우 성급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디폴트 옵션의 전환을 위해서는 기존 확정급여형(DB형) 가입자들이 확정기여형(DC형)으로 연금을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생각할 것이 많다. DB형의 경우 퇴직 직전 3개월의 평균 월급을 기준으로 확정된 수익을 연금으로 지급 받는다. 반면, DC형은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을 떼어, 가입자가 퇴직연금을 운용하게 된다. 만약 매년 임금 인상률이 3~4% 정도인데, 운용수익률이 이에 못 미친다면 손해다. 예를 들어 임금이 100만원, 임금인상률이 매년 10%인 직장에 DB형 가입자는 3년 근속 시 직전 3개월 평균 임금(121만원)에 근속년수(3년)을 곱해 363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동일한 조건(임금 100만원, 임금인상률 연 10%)에 DC형 가입자는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씩 3년(100만원+110만원+121만원)인 331만원을 기본으로 운용 수익률에 따라 퇴직금을 챙겨가게 된다. 331만원을 기본 자산으로 32만원 정도의 수익을 거둬야 본전인 셈이다. 그런데 금융위는 디폴트 옵션에만 가입하면 이 차이를 해소하고도 남을 만한 운용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특히 디폴트옵션을 통해 투자하게 될 주요 상품인 타겟데이트펀드(TDF)는 연초 이후 22일 현재까지 수익률이 마이너스(-12.17%)다. 글로벌 증시 조정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알아서 자산을 배분하고 목표 수익률을 맞추고 있는 펀드들도 악전고투 중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폴트 옵션이 연금술사가 돼 ‘금덩이’라도 줄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법에도 저촉되는 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운용 주체가 과연 가입자의 수익을 극대화할 상품만을 잘 골라서 제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도 하다. 각 금융기관마다 은행이나 증권사, 운용사 등을 끼고 있으니 "초록동색 상품을 내놓는 것이 인지상정이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금융투자 업계에서 종종 나온다.


금융위가 이런 상황을 몰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디폴트 옵션 도입에 따라 사업자들의 경쟁을 유발하고 가입자들은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 않겠냐는 판단이 있었을 수도, ‘가짜뉴스가 판 치도록’ 혹은 ‘요즘 말로 반지성주의가 진실을 왜곡하도록’ 의도했을 수도, 책임자의 무심한 사인이 빚어낸 참사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간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든든한 방어막이 돼야 할 금융위가 오히려 가짜뉴스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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