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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도전과 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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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도전과 응전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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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으로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생산능력이 뒤처지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기술패권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미국 국방과학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의 일부다. 언뜻 보면 올해 6월 발표한 미국의 공급망 점검 보고서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34년 전 미·일 반도체 분쟁이 한참이었던 1987년 당시 보고서다.


1980년대 초 일본이 D램 시장을 석권하자 미 반도체산업협회(SIA)를 중심으로 민간에서 일본산 반도체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정부에 요청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기술패권 도전이라는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1986년 양국 간 반도체 협정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미국의 통상 공세는 1990년대 초반 일본 내 미국 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이 20%에 다다를 때까지 지속됐다. 전방위 공격에 시달린 일본은 결국 핵심 소재와 제조장비 분야로 특화하고 한국, 대만 등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하면서 세계 반도체 산업의 지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일 반도체 전쟁이 끝난 1990년대 이후 세계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 국제 분업이 활발히 진행됐다. 또한 기업들의 치킨게임으로 공급과잉 문제가 잠잠해진 한편 IT, 전자기기, 자동차 등 다양한 반도체 수요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한동안 반도체 산업은 국가 간 통상분쟁에서 빗겨나 있었다. 이 시기에 형성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의 관점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유지됐으나 2015년 중국의 ‘반도체 굴기’ 목표가 드러나면서 반도체 평화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된다.


현재 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1980년대 당시 일본 수준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드러난 중국의 발전 계획은 미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효율성보다는 안정성과 회복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고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심각한 국가안보 위협으로 인지하게 됐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 금지와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등을 통해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를 본격화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도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반 확충을 위한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00억달러가 넘는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예산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R&D) 시설 및 장비에 대한 금융 지원 등 반도체 산업의 총체적인 역량 강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산업 내재화에 관심을 표명하고 일본은 자국 반도체 산업 진흥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K-반도체 전략을 수립했다. 중국도 자급률을 높이는 반도체 국산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실제로 중국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는 이달 초 상하이에 반도체 공장 신설을 결정하며 10조원 이상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 각자도생을 위한 정부 지원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국제 분업이 정부 정책 만으로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겠지만 견고했던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며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일 반도체 분쟁을 계기로 메모리 분야의 강자로 등극하고 1990년대 혹독한 치킨게임을 극복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러한 새로운 도전에 어떻게 응전해 나갈 지가 관건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 이에 굴하지 않고 반도체 자립에 총력전을 펼치는 중국, 양자 간 긴장감이 팽팽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공적인 줄타기가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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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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