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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장관실 커피서비스 지침과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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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장관실 커피서비스 지침과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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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필자가 산업통상자원부 재직 시 플랜트 수주 사절단과 함께 나이지리아 전력부 장관을 면담할 때 겪은 일이다. 회의를 시작할 즈음 비서 직원이 커피를 따라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직원은 한 번에 여러 잔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매번 딱 한 잔만 가져와 커피를 따라줬다. 귀한 손님들이 오면 딱 한 잔씩 정중하게 따라주라는 커피서비스 지침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일행은 50명이 넘는데 언제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어느새 우리는 회의 내용보다도 그 직원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일상이 이루어진다면 나이지리아는 영원히 후진국으로 남겠구나하는 많은 생각이 스쳤다. 그 직원은 한 잔만 정중히 따라야 한다는 지침만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 번에 많은 손님을 맞이한 경험도 없으니 지침도 다양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커피 따르는 사소한 일에 지침은 왜 필요한가. 주도성과 창의력은 물론이고 일의 성취도도 낮추는 것 아닌가.


최근 우리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수요는 차별화, 개성화됐다. 중국의 팽창과 이업종 경쟁 확산 등으로 경쟁자도 많아지고 경쟁 양상도 다양해졌다. 각국의 정책도 급변하고 있다. 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더니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한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다. 환경의 급변에 대한 기업의 기민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강조되니 GM은 2035년에 전기동력차만 생산한다고 하고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차량 생산 중 전기동력차 비중을 70%로 높이겠단다. 스마트공장 도입이나 빅데이터 활용 기업도 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한 대응으로 맞서는 것이다.


이러한 유연성은 어떻게 확보하나. 기술진보에 힘입은 것은 분명하다. IT로 고객 주문 데이터를 생산과정에 실시간 반영하는 스마트공장 도입이 가능해졌고, 인공지능 발전으로 데이터기반 의사결정도 가능해졌다.


기술진보만 있으면 유연성은 당연히 확보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인식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조직의 유연성이 문제다. 개별화되고 차별화된 고객 주문은 경기변동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특정 계절이나 시간대에 몰리기도 한다. 유연한 노동조직은 이러한 주문 급증에 대응할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엔 대응하기 쉽지 않다. 기업 생존조차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아무리 IT 발전으로 스마트 생산체제가 도입되고 데이터기반 의사결정 체제가 구축된다 해도 노동조직의 유연성 없이 기민한 대응은 어렵다는 것이다. 인식과 제도 전환이 병행돼야 할 이유다.


커피를 한 잔만 정중하게 따라줄 것인가, 아니면 한 번에 많은 잔을 가져와 따라줄 것인가는 기술이 아니라 인식과 지침의 문제다. 아예 지침을 만들지 않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토록 하는 포괄적 자율성을 주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 경우 직원의 상황별 대응 역량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져 어떤 상황에서건 커피 서비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유쾌하게 제공되지 않을까.


산업사회는 20세기 대량생산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로, 다시 고객 1대 1 맞춤형 생산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급변의 시대를 우리의 노동조직과 제도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유연한 대응이 불가할 정도로 사람들의 자율성과 역량 저하를 초래하고 있지나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파견법,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대체근로, 임단협 관련 규정, 52시간 근로시간제 등 각종 규범과 입법 양산이 사람들의 창의성과 행동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나이지리아의 커피 배달 지침과 같이 사람들의 자율성과 역량을 말살시키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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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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