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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인권 강조하던 바이든 정부의 ‘엿가락’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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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력하게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고도 역풍을 맞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정적인 자말 카슈끄지를 잔인하게 살해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눈감아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이제 막 출발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국제 외교가에 적잖은 파문을 불러올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우방의 차기 지도자가 정적 암살을 지시했다고 판단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 언론의 관심은 보고서 내용은 물론 바이든 정부가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어떤 제재를 가할지에 주목했다.


미 정부는 선을 넘지 않았다. 제재 명단에 왕세자의 이름은 없었다. 21세기에 국가 지도자의 지시로 해외에서 고문과 참수, 그리고 시신을 토막 낸 사건이 벌어졌지만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된 셈이다.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건드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외교가에서는 바이든의 인권 우선 정책이 사우디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왔다. 사우디는 중동지역 이슬람 국가 중 미국의 핵심 우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안정을 택했다.


백악관은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조치가 없다는 비판이 확산하자 어처구니없는 해명을 내놓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우방국의 지도자에 대해 제재를 가한 적이 없다면서 미국은 어떤 조치도 취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지만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번 조치로 무함마드 왕세자는 정적에 대한 테러를 주도한 지도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지만 국제사회에서 그 영향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미국도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와의 관계 악화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게 명명백백해진 상황에서 사우디와의 척지고 싶은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왕세자와의 관계에 각별한 공을 들여온 우리 정부도 이번 사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국무부를 방문해 국제사회에 미국이 돌아왔다는 상징적인 선언을 했다. 이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고립주의에서 다자주의로 복귀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에 있어 민주주의와 인권을 우선시하겠다는 태도를 연일 강조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복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유엔인권이사회 복귀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이 다시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을 중시하는 외교 정책으로 돌아왔다"고 언급한 것도 인권을 향후 외교 전략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간주됐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는 미국 리더십의 공백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권탄압 의혹을 받는 중국과 러시아가 인권 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된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사우디에 대한 조치는 실익 앞에서는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을 중국과 북한, 러시아에 심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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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우방에서 이런 상황이 또 발생한다면 어쩔 것인가도 묻고 싶다. 미국은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군사작전을 사실상 승인하고 묵인·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시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도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이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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