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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용적률과 도시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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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용적률과 도시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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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건물로 이뤄져 있다. 도시가 발전할수록 대부분의 경우 건축물은 높아진다. 한정된 재화인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무한히 올라가지는 못한다. 기술적인 면도 있고, 층수가 높아질수록 경제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49층짜리 건물이 많은 것은 50층부터 소방 및 안전과 관련된 규제가 대폭 강화돼서다. 경제성이 있어도 건물을 높이 올리지 못하는 경우는 도시계획과 같은 규제 때문이다. 건축물의 높이를 규제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1970년대까지는 직접적으로 층수를 제한하거나 도로 폭과 연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런 방식의 비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용적률'이다.

50층 건물부터 규제 대폭 강화
서울 주거지역 용적률 250%∼300%

대지 면적과 건축물 연면적의 비율을 의미하는 용적률은 토지의 경제성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도시계획에서 더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는 지역의 토지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고, 더 높은 용적률을 받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와 부담을 받아들여야 한다. 서울의 용적률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주거지역을 기준으로 할 때 통상 250~300%다. 놀라운 점은 이런 용적률 기준이 과거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다. 서울의 용적률은 1985년부터 1990년까지는 현재와 같은 250% 수준이었다. 이후 200만가구 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400%까지 높아졌다. 마포나 성북 등 일부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용적률이 300%를 넘어서는 아파트들은 이때 건립된 것이다. 재개발을 통해 공급된 이러한 고밀도 아파트들은 진입도로 부족 등으로 많은 민원과 불편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중반 이후 용적률은 다시 300%로 낮아졌다. 이어 종 세분화가 진행되면서 2000년부터는 지금과 유사한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논의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서울의 용적률을 높이자는 제안이다. 용적률을 높이면 더 많은 주택을 건설할 수 있어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서울이 주변의 경기도에 비해 더 엄격한 용적률 제한과 여기에 더해 35층 층고 제한까지 적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수요가 많은 곳의 용적률이 더 높아야 하는데 정작 외곽 지역의 용적률이 더 높은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은 지역이 더 낮은 용적률과 강한 규제를 적용받게 되면 공급은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고 수요는 항상 초과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계속 주택 가격을 자극하는 요소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때마다
용적률 상한 제안 '단골메뉴'

용적률 상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조권이나 환경문제, 교통체증 등을 이유로 제기한다. 과거에는 맞을 수 있지만 2020년 현재는 아닐 수 있다. 일조권은 다양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세부적으로 검토해보고 이를 설계에 반영해 확보할 수 있다. 환경문제의 경우 고밀도로 이뤄진 도시가 저밀도의 교외 지역에 비해 에너지 및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돼가고 있다. 인구가 늘면서 발생하는 교통혼잡은 대중교통 확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사람들이 제일 선호하는 지하철은 대규모 수요가 존재해야 경제성이 확보된다. 도시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수요는 증가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확충은 더 쉬워진다.

[최준영의 도시순례]용적률과 도시발전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용적률 상향을 가로막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기존 토지 소유주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간다는 반감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용적률 상향에 따른 사회 전체의 이득을 감안해보면 일정 부분의 이익 향유는 인정해줘야 할 것이다. 실제 서울시는 역세권 주변을 중심으로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 상향을 통해 청년주택 공급 확대에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용적률 상향에 대한 거부감은 고층 건물로 이뤄진 도시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심리적 요인이 더 크다고 보인다. 그렇지만 이러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세대는 점차 소수가 돼가고 있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자라 아파트에서 가정을 꾸리고 성장해온 세대가 이제 50대를 바라보는 점을 감안해보면 기존의 고정관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용적률을 높이면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 집중도가 더 높아져 지방이 더욱더 위기 국면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서울과 수도권의 용적률 상향을 활용해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균형용적률 배분 활용 등으로
용적률 높이고 지자체 재원 확대

인구 감소로 소멸 위험성이 높은 지역에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타 지역에 판매할 수 있는 용적률(균형용적률)을 배분해주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서울의 용적률은 기존 250%로 그대로 유지하지만 재건축조합 등이 더 높은 용적률을 원하는 경우 균형용적률을 비용을 들여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기존 250%에 더해 150%까지 균형용적률을 활용하면 재건축조합 등은 최대 400%까지 상향된 용적률을 적용받게 된다. 사업성이 좋지 않아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는 활용 비율 상한을 더 높게 하면 공급은 확대되고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된다.


균형용적률을 판매한 지자체의 경우 이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지자체 자체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아니면 지역 주민들에게 그대로 현금으로 배분하면 최근 논의가 활발해진 '지역균형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재건축되면 그 소득의 일정 부분이 경북 봉화군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물론 용적률의 적정 가격 산정, 배분 기준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에 당장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논의를 통해 대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발전은 항상 불균형적으로 일어난다. 그렇다고 발전 자체를 가로막아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특정 지역과 영역의 발전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 발전의 과실이 모두의 것이 되게 하는 것이다. 한쪽을 누른다고 다른 쪽이 그만큼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60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부동산시장에 유동성과 수요가 넘쳐 주택 가격을 자극한다면 이것을 억지로 눌러놓는 것보다는 생산적이고 발전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 사회의 발전과 생활의 향상을 도모하도록 하는 것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방식일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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