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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무인기 잡으려다 추락한 KA-1…원인은 '정비불량·조종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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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1년 전 정비작업 절차 미준수
'엔진 정지' 판단 오류 범한 조종사

지난해 12월 북한의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긴급 대응을 위해 출격하던 중 추락한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의 사고는 정비사와 조종사의 복합적인 실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 출격에서 벌어진 사고인 만큼 군의 실전대비태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공군은 지난 3개월에 걸친 사고 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공군 관계자는 "엔진 연료조절장치에 대한 창정비 작업절차 미준수로 인한 엔진 이상 현상, 조종사의 상황 판단 및 처치 조작 미흡이라는 복합적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1년 전 잘못한 조립…北무인기 대응에 '구멍' 냈다
北무인기 잡으려다 추락한 KA-1…원인은 '정비불량·조종미흡' 지난해 12월 26일 강원 횡성군에 추락한 KA-1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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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지난해 12월26일 오전 11시38분께 원주기지를 이륙했다. 조종사는 이륙 직후인 오전 11시39분 22초, 엔진 출력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비상착륙을 위해 기지로 회항했다. 안전한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조종사는 민가가 없는 쪽으로 기수를 돌린 뒤 오전 11시39분 39초 비상탈출을 했으며 1초 후 사고기는 지면과 충돌했다.


조사 결과,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연료조절장치 이상이 확인됐다. 2021년 5월 창정비 당시 연료조절장치를 담당하는 정비사가 연료 공급량을 조절하는 부품 중 하나인 테플론 튜브를 바르게 장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비행 중 항공기의 출력을 보여주는 토크 계기판에서 엔진 출력이 과다한 것으로 표시됐고, 조종사가 출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조작하자 반응이 없다가 순식간에 출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평소에 작은 범위에서 출력이 변하면 증속과 감속의 느낌이 크지 않은데, 출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평소의 감과 다르게 감속이 된 것"이라며 "조종사가 빨리 착륙해야겠다고 당황할 만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실제 작전에 투입되는 비상 출격이라 항공기에 달린 무장이 평소보다 많았는데, 이런 조건들이 조종사를 당황케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비 불량에 조종사 판단 미흡까지…복합적 문제
北무인기 잡으려다 추락한 KA-1…원인은 '정비불량·조종미흡' KA-1 공중통제공격기 [사진제공=공군]

그러나 사고 당시 엔진은 비정상적으로라도 작동 중이었다. 엔진 이상을 가리키는 경고등이 들어오지 않았고, 추락 후에도 계속 돌아간 프로펠러가 땅을 판 자국도 발견됐다. 그럼에도 조종사는 '엔진이 정지했다'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특히 조급한 조작으로 미리 정해진 비상착륙 궤적보다 훨씬 급격하게 선회하면서 항공기가 속도를 잃는 상황까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강하각 역시 정상 수준인 5도보다 훨씬 기운 27도까지 형성되면서 항공기가 과하게 기울었는데, 이 상태는 출력이 살아 있었다 해도 125m라는 저고도에서는 회복이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한다.


공군도 엔진이 비정상 작동하는 상황이었으나, 시뮬레이션 결과 조종사가 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비상착륙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사고 기체는 2021년 5월 창정비 이후 260여 시간 비행한 기록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선 별다른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 결국 정비 불량, 조종사 판단 미흡, 실전 대비태세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체 추락'까지 이어진 것이다.



공군은 조종사와 정비사, 지휘 책임자 일부를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또 전 조종사를 대상으로 사고 조사 결과를 교육하고 엔진이상 발생 시 비상 처치 절차와 비상착륙 절차 등을 다시 강조하기로 했다. 같은 엔진을 장착한 KA-1과 KT-1 기본훈련기의 모든 연료조절장치는 특별 점검하고, 점검이 완료된 항공기부터 단계적으로 비행을 재개할 방침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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