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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의 청경우독] 한국의 왼손잡이 롱런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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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지지 기반으로 다수 연합 추구해야

[임철영의 청경우독] 한국의 왼손잡이 롱런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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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민주주의 정치는 대중의 선택에 따라 그 길을 달리 한다. 이른바 3김(金) 시대가 끝나고 김대중 정부의 바통을 이어 받은 노무현 정부의 탄생은 대통령 직선제를 실현한 1987년 세대와 20대 젊은 유권자들이 만들어낸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반동이 이어졌다. 노무현 이후 이어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9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었다. 정반대 지지기반을 가진 보수파의 공세에 민주당 계열을 포함한 진보진영은 급격하게 기반을 잃고 무너졌다. 진보진영은 노무현 정부 당시부터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고, 갈기갈기 찢기며 소수파로 전락했다.


2016년 응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1600만명이 거리로 나선 '촛불혁명'은 박근혜 정부를 중도에 문 닫게 했고,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투표율은 77.2%로 2000년 이후 치른 대선, 총선, 지자체 선거 등 모든 선거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광범위한 '탄핵동맹' '개혁동맹'이 결집한 결과였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보수에 대항해 진보가 자발적으로 '연대(連帶)'해 빚어낸 성과라고 평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성공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이 가운데 진보 진영은 '지속가능성'이란 새로운 숙제를 안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년 이상 집권 플랜"을 내세웠고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소수 정당으로 진보 진영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지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임철영의 청경우독] 한국의 왼손잡이 롱런할수 있을까


美 민주당 1920년대 대공황 기점 집권

공화당 밀어내고 30년간 다수파 입지 굳혀

사회경제적 약자 기반 다수연합 추구 성공

10년 보수정권 무너뜨린 한국 촛불혁명

진보진영 지속가능성, 피할수 없는 숙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옮긴 책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는 한때 미국 정치학계에서 논란이 됐던 연구 논문을 기초로, 이른바 '진보'를 기치로 내세운 정당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책은 시러큐스 대학 맥스웰 스쿨 명예교수 크리스티 앤더슨이 1996년 펴낸 'The Creation of a Democratic Majority, 1928-1936'이 원전이다. 민주당이 다수파로 거듭나는 과정을 1928~1936년 미국 선거 과정에 초점을 맞춰 살폈다.


총 6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미국의 정치학자들이 '유권자 재정렬'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접근했는지(1장), 잠재 유권자와 실제 유권자가 시간 흐름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바뀌었는지(2장), 정당 일체감이 약하고 정치 참여 경험이 미미한 '비면역' 시민의 증가와 성향(3, 4장) 등을 포함해 미국 내 지역별로 나타난 주목할 만한 사례가 담겨 있다.


미국의 정당 정치 지형은 약 30년 간격으로 변했다. 주요 정당 간 경쟁 이슈와 지지 기간의 성격이 변화했다. 첫 번째는 독립 후 연방파와 민주 공화파가 새로운 나라의 발전 방향과 외교정책을 놓고 경쟁하던 시기다. 두 번째는 앤드루 잭슨이 주도하는 민주당과 이에 반한 세력이 결집한 휘그당이 경쟁하던 시기다. 북부와 중서부 산업지대에서 확고한 지지를 유지하며 민주당을 압도하고 공화당이 다수파로 등극한 '1896년 체제'는 1930년 초반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은 경제 대공황을 기점으로 한 반(反)공화당 투표 덕에 우연히 집권했으나 다수파로 급부상했다. 1920년대까지 현저하게 열세였던 민주당은 어떻게 공화당을 밀어내고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30년 동안 다수파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을까.


이 책의 핵심 연구 주제는 대공황 이후 민주당이 다수파가 된 '뉴딜(New Deal) 연합'의 힘이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를 광범위하게 '동원'한 결과인지, 기존 유권자의 정치적 '전향' 덕인지 여부다. 저자 크리스티 앤더슨은 뉴딜 연합의 탄생에 '동원'이 60%를 차지했고, 이것이 민주당을 30년 동안 다수파로 이끈 힘이라고 주장한다. 동원의 힘을 기초로 뉴딜 연합은 30년 동안 안정적 연합 체제를 구축했고, 이는 1932년부터 1968년까지 열 번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일곱 번 승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루스벨트가 펼친 뉴딜 정책은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과 거리가 먼 새로운 노동 계급, 이민자 등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을 타깃으로 했다. 구호(Relief), 회복(Recovery), 개혁(Reform) 등 3R 정책을 내세워 대공황 직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계층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섰다. 1, 2차 뉴딜을 통해 긴급은행법, 글래스 스티걸법, 증권공시법, 연방긴급구제법, 전국산업부흥법 등이 시행됐고 시민자원보존단, 공공토목사업청, 주택대부공사 등이 속속 설치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보장되고 아동노동 금지,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정책이 단행됐다.


공화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재계의 반발이 거셌으나 루스벨트는 더 강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펼쳤다. 키워드를 노동과 복지로 잡고 '와그너법'이라고 불리는 전국노동관계법을 제정했다. 여기에 노령연금, 실업보험 등 사회보험, 빈민과 장애인 그리고 편모 가정 등에 대한 지원을 담은 공적 부조를 골자로 한 사회보장법을 통과시켰다. 이 당시 최고 소득세율은 79%에 달했다. 이후 민주당은 북부의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대선과 의회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 공화당을 완벽하게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옮긴이는 뉴딜 연합의 30년을 이렇게 평한다. "대공황의 폐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사회경제적 약자들, 잊힌 사람들의 삶을 보살피는 정책들을 통해 이들의 안정적 지지를 얻음으로써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의 진보진영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동원'을 기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대 진영을 헐뜯어 쟁취할 수 있는 '전향'을 기대하기보다는 사회경제적 차별성이 드러나는 공공 정책을 통해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지지 기반으로 만들어 내는 다수 연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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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심장은 전략(E.E. 샤츠슈나이더)'이라고 했다. 케케묵은 방식으로는 당장 '키'를 쥔다고 해도 오래가지 못한다. 앞서 수차례 경험했듯 우열을 다투는 소모적 정치가 아닌 어떤 이들의 이익을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지 대안을 두고 경쟁하는 정치로 가지 못하면 순식간에 무능한 소수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진보진영은 지속가능한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임철영의 청경우독] 한국의 왼손잡이 롱런할수 있을까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크리스티 앤더슨 지음/이철희 옮김/후마니타스/1만5000원>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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