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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냉전에 갇힌 '칩' 동맹과 전쟁 사이…韓 유리한 고지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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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반도체 중심 관계 구축
국가간 경쟁 핵심은 '칩전쟁'
소련·중국 체의 한계로 부침
반도체로 군사 우위 지키려던 美
기업간 경쟁에 통제력 틈 생겨
한국 그 속의 생존 기회 찾아야

[이 책 어때]냉전에 갇힌 '칩' 동맹과 전쟁 사이…韓 유리한 고지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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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18일 미군 구축함 머스틴호가 대만해협 북쪽 끝으로 진입했다. 5인치(12.7㎝) 포를 남쪽으로 겨냥한 채 대만해협을 항행하며 해당 공해가 중국 지배 영역이 아님을 선언했다. 항해실 내 스크린 화면은 인도·태평양 일대의 비행기, 드론, 배, 인공위성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이터로 가득했고, 갑판에는 수백㎞ 밖에 있는 비행기, 배, 잠수함을 타격할 수 있는 96기의 수직 발사 장치가 배치됐다. 머스틴호가 대만해협에 진입하자 중국은 보복 조치 차원에서 대만 주변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개시했다. 당시 한 중국 신문은 중국의 행동을 ‘무력에 의한 통일 작전’ 연습이라 표현했지만, 중국은 서둘러 대만 침략 의도를 부인했다. 중국은 어째서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을까. 미국과의 무력충돌이 두려워서였을까. ‘칩워(부키)’의 저자 크리스 밀러는 반도체 밸류체인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국제정치 전공자인 저자에 따르면 세계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이 소유하고 영국에 본사를 둔 ‘암(ARM)’이란 회사에서는 캘리포니아와 이스라엘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이 미국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반도체 설계도를 디자인한다. 완성된 설계도는 대만으로 보내지고, 여기서 일본에서 온 실리콘 웨이퍼와 특수한 가스를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공작 기계를 통해 웨이퍼에 설계도를 그려 넣는다. 이런 장비를 제작하는 선도 기업은 다섯 곳으로, 네덜란드와 일본에 각각 하나, 캘리포니아에 세 곳이 있다. 칩은 동남아시아에서 테스트를 거쳐 중국으로 보내져 휴대폰이나 컴퓨터 부품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만일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상륙작전을 개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는 "세계 경제는 반도체발 충격에 크게 휘청댈 것"이라며 "중국이 벌일 수 있는 일 중 이보다 더 극적인 일은 떠올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처럼 중요한 위치를 점한 반도체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불과 70여년 전의 일이다. 반도체는 전기가 흐르는 도체와 흐르지 않는 부도체의 중간 성격으로, 필요에 따라 도체와 부도체를 오가는 형태를 띠면서 과학의 폭발적 발전을 이뤄냈다. 미국의 비행선이 우주로 향했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탄생했다.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반도체를 선점한 미국은 애초 반도체를 통해 군사 우위를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군사 기술은 전자 산업으로 범위를 넓혔고 개인 컴퓨터와 인터넷, 무선 통신 기술 등을 거쳐 거의 모든 기계장치에 포함됐다. 세계로 시장을 확장한 미국의 첫 파트너는 일본이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직후 곤궁한 처지에 놓인 일본을 자국이 주도하는 트랜지스터 산업의 세일즈맨 성격으로 자국 경제망에 통속했다. 하지만 소니를 위시한 일본 기업은 20여년 만인 1976년 트랜지스터 단품 생산에서 미국을 앞섰고, 1985년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제품의 일본 수출량은 600억달러(약 79조원)를 넘어섰다. 미국으로서는 큰 위협이었다.


일본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자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의회와 펜타곤을 오가며 로비에 나섰다. 해당 경쟁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컴퓨터 칩의 전략적 가치를 이유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당시 일본의 저가 공세가 거세 미국 인텔이 D램 분야를 포기할 정도였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대안으로 삼은 건 바로 한국이었다. 미국은 한국에서 더 저렴하게 생산해 ‘비용에 상관하지 않고 덤핑하는’ 일본의 D램시장 독점 전략을 막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사이 반도체시장에서 소련과 중국은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소련은 일찌감치 반도체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노벨 물리학상 등을 받은 인재도 많았지만 민주주의 국가 중심의 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 제재로 부침을 겪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고급 기술의 수출이 철저히 차단당했다. 산업스파이가 활약하긴 했지만 훔쳐 온 칩은 ‘케이크를 훔쳐 온다 한들 그것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중국 역시 1950년대 반도체 소자를 과학 연구 우선순위로 지정하고, 1965년에는 실제 반도체 생산을 이뤄냈다. 하지만 1966년 일어난 문화대혁명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반도체 수입에 석유보다 더 많은 돈을 쏟는 상황에 뒤늦게 화웨이 등의 기업을 통해 반도체 굴기를 꾀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독립’은 큰 어려움에 빠져있다.


저자는 반도체를 둘러싼 지금의 국제정세는 미국이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실리콘밸리 기업이 경쟁한 끝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저렴한 노동력’ 시장이었던 일본이 너무 크자 한국과 대만으로 대체하고, 그 사이를 끼어들려는 중국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미국만의 것에 가까웠던 반도체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반도체시장이 고도화하면서 미국의 전적인 통제력에 틈이 생겼다. 저자는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서 그 틈을 조명하고 있는데, 그 틈바구니에서 많은 국가의 기회가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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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 크리스 밀러 지음 | 노정태 옮김 | 부키 | 656쪽 | 2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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