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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때리고 놀리며 깔깔깔…'런닝맨' 왜 B급을 자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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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또 가학성 논란
"때리고 놀리며 웃긴다" 지적
지상파 방송 책임 느껴야

[초점]때리고 놀리며 깔깔깔…'런닝맨' 왜 B급을 자처하나 사진=SBS '런닝맨'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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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왜 B급 방송을 자처하는 걸까. 약자의 외모를 놀리고 때리며 웃음을 유발하는 예능, 믿을 수 없지만 2021년 지상파 방송사 SBS가 제작한 프로그램 일이다. 비인간적인 행위를 통해 웃음을 주면 그만일까. 여전히 '웃음 카드'로 가학적 게임을 버리지 못한 제작진을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김종국, 전소민, 정준하 등 출연자들이 양손에 밀가루가 묻은 장갑을 끼고 '청기 백기' 게임을 진행했다.


출연자들은 파란색 밀가루가 묻은 장갑을 낀 채 서로 마주 보고 진행자 유재석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후 "청기 펀치"라는 말에 얼굴을 가격했다. 가장 먼저 얼굴을 가격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두 사람은 서로 먼저 펀치를 때리기 위해 신경전을 펼쳤다.


남성 출연자 지석진은 구호가 울리자 여성 출연자 전소민의 얼굴을 세게 가격했다. 고개가 꺾일 만큼 상당한 충격에 전소민은 "저를 남자로 생각하는 거냐"며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세게 때린다"고 하소연 했다.


다음 주자로 나선 김종국 역시 전소민의 얼굴을 향해 강펀치를 날렸고, 게임에서 승리했다. 이후 김종국은 정준하와 대결에 나섰다. 강한 펀치에 정준하는 "눈알이 나온 거 같다"며 황당해했다. 결국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게임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얼마나 세게 때렸느냐가 아니다. 왜 때렸느냐다. 그리고 아파하는 출연자를 어떻게 연출했느냐가 핵심이다. 제작진은 센 펀치를 맞고 놀라 아파하는 출연자들의 표정 뒤에, 깔깔대며 웃는 모습을 편집해 내보냈다. 가학적 게임을 웃음거리로 소비한 것이다. 부적절한 게임을 하도록 종용한 것도 아쉽지만, 게임 편집 과정은 더 아쉽다. 제작진이 가학적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고무줄 게임이 가학성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출연자들이 제한시간 1분 내 얼굴에 고무줄을 많이 끼우는 게임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초점]때리고 놀리며 깔깔깔…'런닝맨' 왜 B급을 자처하나


'런닝맨'은 2010년 7월 11일 처음 방송돼 11년간 이어오고 있는 SBS 장수 인기 예능프로그램이다. 배우 유재석을 비롯해 김종국, 지석진, 송지효, 하하 등 부지런히 일요일 밤 안방을 달리고 있다. 해외에도 전파를 타며 글로벌한 인기를 얻었다. 최근 하차한 멤버 이광수는 '아시아 프린스'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주목받기도 했다.


방송의 주 시청 층은 10대다. 단순한 형식의 '이름표 떼기' 게임은 10대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고, 온라인상에는 해당 게임을 실제로 해봤다는 청소년들의 후기가 게재되기도 했다. '런닝맨'을 보며 자란 '런닝맨 키즈'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프로그램의 인기와 영향력은 상당하다.


약자를 놀리고 괴롭히며 웃음을 유발하기란 쉽다. 단순하고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고민 없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은 사이, 놀림의 대상이 된 당사자에겐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는 10대 청소년 사이 '학교 폭력'과 유사하다. 이러한 파급력을 고려할 때,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이를 인지하고 깊은 고민이 동반될 때 건강한 웃음이 나오는 게 아닐까. 제작진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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