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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도시와 공항

수정 2021.03.05 12:25입력 2021.03.05 12:25

도시의 발전 상징하는 공항, 변화 끌어내는 원동력 인식
호황 누리던 속초·강릉공항은 고속道 개통·KTX 등장에 잊혀
섬에선 절대적 공간 역할…제주공항 지속적 확장
대규모 토지 공급지로도 관심, 도시의 공항 의미 고민해봐야

[최준영의 도시순례]도시와 공항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동남권을 대표하는 새로운 공항의 필요성·타당성, 바다를 메워야 하는 해당 입지의 적정성 등과 관련된 논란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 제정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향후 건설과 운항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항이라는 존재는 도시의 발전을 상징함과 동시에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라는 인식 덕에 선호된다. 그러나 건설과 운영에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공항을 둘러싼 논의는 항상 격렬하고 오랫동안 지속된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도시의 공간 가운데 한 곳이 공항이다. 넘쳐나는 이용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대다수 공항은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항공기의 이착륙 공간이라는 특성으로 공항은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해준다. 다른 한편으로 공항은 공간을 납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활주로를 포함한 공항 시설물뿐 아니라 공항 주변지역도 항로를 따라 엄격한 고도제한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서울의 마곡지구가 중층의 키맞춤 형태로 조성된 이유는 인근의 김포공항 때문이다. 고밀도로 조성됐다면 훨씬 많은 주택을 건설할 수 있었을 판교가 지금 같은 모습이 된 것도 인근의 서울공항 때문이다.

도시도 공항의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항공기 이착륙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도시주변의 공항은 운행시간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 공항이 도심에 위치하거나 도시와 가까울수록 이용하기 편리하지만 이용에 제한이 있다. 도시와 멀면 공항 자체의 운영은 편리하지만 이용 편의 측면에서 보면 불편함과 경제적 비효율을 가져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도·고속도로 등을 건설하게 되는데 이는 전체 사업비용을 추가시켜 공항의 경제성을 더 낮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심해지면 공항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새로운 공항을 만들게 된다. 공항이 먼저 있었고 나중에 주거지역이 들어서더라도 대개 공항이 밀려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구공항 및 수원비행장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체할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막상 힘들게 옮겨놓아도 사람들은 공항을 따라 이동하지 않고 교통수단을 바꿈으로써 텅빈 공항으로 만들어놓곤 한다.


공항 하면 으레 최첨단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그러나 의외로 공항은 선진국뿐 아니라 저개발 국가에서도 많이 이용된다. 도로·철도 같은 교통수단은 시점과 종점에 이르는 모든 구간을 건설하고 끊임없이 유지·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항공교통의 경우 출발지와 목적지의 공항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도시의 경제가 성장하고 사람들의 이동이 확대되면 공항 이용객은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다른 교통수단으로 넘어가곤 한다. 속초, 강릉, 예천 등의 공항은 2000년대 이전까지 호황을 누렸지만 고속도로 개통과 확장으로 지금은 잊힌 존재가 됐다. 특히 2004년 개통된 KTX는 많은 공항에 큰 영향을 미치고 도시의 공간구조도 변화시켰다.


제주 같은 섬에서는 공항이 절대적 공간으로 역할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행기가 운항하는 항공노선이 김포-제주일 정도로 이용객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제주시와 제주도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몰려드는 인파를 수용하기 위해 제주공항은 지속적인 확장사업을 했다. 관광객들을 위한 렌트카 업체들로 제주공항 주변의 모습은 변했다. 공항으로 몰려들고 공항으로부터 흩어져나가는 관광객의 동선을 따라 제주도의 많은 곳이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다.


넓은 땅이 필수적인 공항은 대규모 토지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토지 공급지로 관심을 모은다. 2000년대 중반 주택가격 급등, 특히 강남과 분당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치솟자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을 택지로 개발하자는 제안이 등장하면서 한동안 뜨거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북쪽으로 서울 강남과, 남쪽으로 분당·판교와 연결되는 서울공항은 자체 면적만 해도 120만평, 주변 지역까지 합하면 500만평에 이른다. 입지와 교통 면에서 탁월한 주거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보와 전략적 가치를 고려할 때 개발은 곤란하다는 이유로 개발이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내려졌다.


최근에는 서울의 주택공급을 위해 김포공항을 개발하자는 제안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900만평에 이르는 김포공항과 주변지역을 개발할 경우 20만가구의 주택공급이 가능하다는 제안이었다.


공항을 주거지역으로 개발하는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까지 운영되던 부산의 수영공항이 센텀시티로 변모하면서 부산의 도시공간 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해외의 경우 오스트리아 빈 외곽에 위치한 아스페른 공항을 1만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주거지역으로 개발해 주거난을 해소하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에 브란덴부르크 공항이 개항하면서 기존 테겔공항 역시 향후 주택단지로 변화할 예정이다.


공항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주변 도시와의 관계 속에서 더 큰 역할을 하는 존재다. 도시 발전에서 기회이자 제약조건이기도 한 공항을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지 도시와 지역의 공간구조 속에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드론과 개인용 비행체 등 새로운 항공 교통수단의 등장을 앞두고 있는 올해 도시의 공항은 어떤 존재가 돼야 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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