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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방지 의지 있나" 가해자 없는 故 최숙현 청문회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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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봉 감독·안주현 팀닥터·장윤정 선수 핵심 가해자 불출석
관계자들 책임 회피, 원론적 답변만…여야 의원 질타 쏟아져
"묵인·은폐·방치 해결 못하면 폭력 근절 못해"

"재발방지 의지 있나" 가해자 없는 故 최숙현 청문회 '공분'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석한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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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강주희 인턴기자] 고(故) 최숙현 선수를 집단으로 괴롭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사건에 대한 청문회가 22일 열렸지만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지목된 핵심 가해자 3명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들이 청문회 내내 책임을 회피하거나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가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이날 국회에서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명확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핵심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팀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안주현씨, 주장 장윤정 선수가 '수사 중', '극심한 스트레스', 연락 두절' 등의 이유로 불참하면서 청문회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가해자 불출석에 대한 질책을 이어갔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가장 필요한 몇 사람이 빠져있다"면서 "핵심 가해자들이 국회의 명령을 무시해도 되는가 하는 생각에 아연하다"고 비판했다.


김승수 미래통합당 의원도 "최근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핵심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고, 청문회의 주요한 자료들이 정부와 관련 기관으로부터 제대로 제출이 안 되고 있다"면서 "벌써 수주 전에 요구한 자료조차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발방지 의지 있나" 가해자 없는 故 최숙현 청문회 '공분' 고 최숙현 선수 증명사진/사진=연합뉴스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 자리에 핵심 가해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 또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문회를 지켜봤다고 밝힌 누리꾼 A씨는 "지켜보는 내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증인도, 자료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청문회를 열어서 무슨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해 강제로라도 그들을 불러다 놔야 했다. 체육계에서 이런 폭력 사건이 일어난 것이 벌써 몇 번째인가. 재발 방지 대책 논의할 의지가 정말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분노를 표했다.


체육계 등 관계부처의 소극적인 태도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여야 의원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궁했지만, 관계 부처들은 원론적인 대답만 이어갔다.


이날 이상직 민주당 의원이 "스포츠인권센터에는 여성·아동폭력피해 중앙지원단 원스톱 지원센터를 구축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실제로 적용된 적이 있나"라고 묻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인력이 부족하다. 직접적인 조사를 조사관 3명이 하다 보니까 어려움이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답변을 내놨다.


배현진 통합당 의원이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스포츠 인권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대한체육회가 관리를 해왔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책임 회피 답변 이어지자 여야 의원들은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승수 통합당 의원은 "(최 선수가)지난 2월부터 6월까지 무려 6개 기관에 진정을 제기했다.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하나같이 형식적으로 대응했고 심지어는 축소, 은폐하려는 시도들도 있었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안일한 인식에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대한체육회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은폐하려는 협회, 의지도 없으면서 사태가 터질 때만 하는 척하는 대한체육회, 모두가 공범"이라고 일갈했다.


"재발방지 의지 있나" 가해자 없는 故 최숙현 청문회 '공분' 고 최숙현 선수 어머니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 최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 증언이 나오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앞서 대한체육회는 지난 19일 체육계 폭력 예방을 위한 '스포츠폭력 추방 특별 조치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방안에는 폭력 지도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스포츠폭력 다중 감시체제 구축, 신고 포상제, 인권교육 강화 등 폭력 추방을 위한 특별 조치 방안이 담겼다.


그러나 폭력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새로운 제도적 방안을 마련했음에도 재발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책이 체육계 내 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계 폭력 문제의 근본 대책을 촉구하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폭력 사실을 알고도 묵인·은폐·방치해온 인적 카르텔의 사슬을 끊지 않고서는 스포츠계 폭력 문제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대위 측은 "지난해 1월 조재범 폭력·성폭력 사건 이후에도 체육계 폭행 관행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꼬리 자르기' 식 처벌에 그친다면 성적 지상주의에 따라 폭행 사건이 반복될 것이다. 금메달보다 선수의 인권을 존중하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21일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최 선수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학생 체육선수 5만9252명을 대상으로 폭력피해를 전수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로 학생선수 대상 폭력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시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폭력이 확인 될 시 선수에 대해서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절차에 따라 후속 조치하고, 체육 지도자에 대해서는 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경찰 수사 및 아동학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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