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누구에게나 공평한 교육 옛말…부러진 사다리처럼 느껴진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2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교육 3주체 학생·학부모·교사
"교육, 계층 이동 사다리 아닌 세습수단으로 변질"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누구에게나 공평한 교육 옛말…부러진 사다리처럼 느껴진다"
AD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교육 3주체인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교육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은 옛말이 된 지 오래"라고 입을 모은다. 교육이 계층 이동 사다리가 아닌 계층 세습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경기지역 한 고교에서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이병복 교사(32·가명)는 "과거에는 교육이 계층 이동의 거의 유일한 사다리이자 통로였지만 요즘은 ‘간이 사다리’ 혹은 ‘부러진 사다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마음만 먹으면 특정 학생의 생활기록부에는 입시에 도움이 될 만한 스펙을 몰아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실제로 암암리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요소엔 부모의 관심도나 사회적 위치, 경제력도 포함된다"고 털어놨다.


학생들은 부모의 영향력이 최소화되지 않으면 혼자 노력한다고 가고 싶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고교 재학생인 장효원(18·가명)군은 "집이 가난하면 어릴 때부터 용이 되겠다는 의지 자체가 꺾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어차피 해도 안될 거라는 자괴감에 빠지는 반면 잘사는 집 친구들을 보면 부모가 어릴 때부터 여러 경험을 통해 체계적으로 스펙을 쌓을 환경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최치현(22·가명)씨는 "대학에 들어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대부분의 친구가 중산층 또는 그 이상이었다는 점"이라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서울대에 입학한 경우보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경우를 찾는 것이 더 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은 교육의 공정성 회복이 시급하다고 주문한다.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 이지선(45·가명)씨는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동네엔 학교 선생님들도 의욕이 없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사고 치는 아이들 뒤처리에 온간 민원과 잡무까지 시달리는데 선생님들부터 온전히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서울 명문 학군으로 불리는 중·고등학교만 가도 분위기가 다르다. 공교육에서부터 이런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둔 학부모 이효미(42·가명)씨도 "누구나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 하지만 생존이 더 시급한 사람들은 애초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입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데 매니저 같은 전문가를 붙여 대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반대 입장에선 뭐가 어떻게 바뀐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누구에게나 공평한 교육 옛말…부러진 사다리처럼 느껴진다"

교육이 공정함을 되찾기 위해 정치적 이념이 배제되는 것은 필수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학교 교사는 "교육 정책이 너무나 쉽게 바뀌고 어느 순간부터 이념에 치우친 정책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며 "누더기식으로 정책이 계속 바뀌다 보니 교사인 나도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제봉 울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진보 정권은 진영 논리로 자신들의 부정과 부패를 합리화하고 있다"며 "집권층은 자녀들을 대학에 편법으로 입학시키거나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도 교육이 기득권의 대물림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것에 대체로 공감했다. 이들은 한국 교육이 나아갈 궁극적 방향에 대해선 ‘다양성’을 키워드로 꼽았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개천에서 용 나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에는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교육은 여전히 계층 이동의 중요한 사다리"라며 "대학 입시에 매몰된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관심과 역량, 진로에 맞춰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여러 가지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