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긴급 점검
KDI 경제전망 제언에 "채무 증가속도 제어 필요" 언급
조세연 "복지지출 지속 증가 부담"
메르켈 "국가채무 갚아나가야" 발언…"우리도 솔직해져야" 지적도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충격을 줄이기 위한 나랏돈 씀씀이가 크게 늘면서 증세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포스트코로나'가 성큼 다가오자, 선제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 가운데 하나로 증세가 거론된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가 현재진행형인만큼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더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증세와 관련해 최근 주목을 받은 곳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다. KDI는 지난달 내놓은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 제언에서 "향후 경기회복이 되면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강력히 제어할 방안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증세를 통한 재정 수입 확보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증세 필요성은 지난해 제언에는 없던 내용인데, 올해 새롭게 반영된 것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나랏빚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통화에서 "고령화로 인해 성장률이 떨어지면 수입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지출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입 확보를 위한 증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증세까지는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코로나를 극복한 후에는 본격적으로 증세 논의를 심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도 이 같은 입장에 동조한다.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장은 "고령화 등으로 인한 복지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정부의 총지출도 늘어나고 있다"며 "적절한 수준의 증세가 이뤄져 들어오는 수입이 지출로 나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558조원으로 전년대비 45조 7000억원 증가한다. 특히 올해는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으로 554조7000억원을 이미 지출했다. 내년 국가채무는 956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은 47.3%까지 치솟게 된다.
총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 내부에서도 세수 확보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 "중부담ㆍ중복지로 가기 위해서는 재원이 얼마나 소요되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세'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이를 추진해야 할 주체인 정부와 정치권은 정작 공개 언급을 꺼리고 있다. 온갖 비판의 중심에 서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국민적 공감대만 강조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세 여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라며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증세가 현실화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솔직한 고백에 주목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달 초 재정지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2023년부터는 국가채무를 갚아나가기 시작해야 한다"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재정확대로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유재원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후년 대통령선거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돈을 더 풀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그러려면 증세는 더욱 필요하다. 정부가 떳떳하게 필요하다고 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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