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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담]희망은 바닥나고 허무만 남은 인생…그래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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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교수 신간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허무, 영혼이 있는 한 지워지지 않아
희망이 있든 없든 살아나갈 수 있는
삶의 힘과 환경이 필요한 것 같다"

[책담]희망은 바닥나고 허무만 남은 인생…그래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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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인간은 번식에 그치지 않고 번식 이상의 의미를 찾으면서 인간이 됐다. 인간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면서 인간이 됐다. 인간은 양육강식에 반대하고 인간의 선의를 발명하면서 인간이 됐다.”


사상사 연구자이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인 김영민 박사는 존재론적 인간 연구에 천착해 왔다. 양육강식에 반대하며 선의를 개발했지만, 그럼에도 학살과 전쟁, 억압과 착취로 점철된 인류의 역사. 김 교수는 그 안에 숨은 답 찾기에 몰두한다. 희망? 선의? 의미?... 모두 아니다. 탈진한 이에게 희망이 있을 리 없고, 불신으로 가득 찬 이에게 선의가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속이 텅 빈 이에게 의미 역시 무용(無用)하다. 김 교수가 내린 결론은 “허무는 인간 영혼의 피 냄새 같은 것이어서, 영혼 있는 한 허무는 아무리 씻어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그 ‘허무’를 안고 어떻게 잘 살아가야 할 것인가. 그 고찰의 해산물을 신간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사회평론)에 담아낸 김 교수를 지난 15일 마주했다.


- 책 프롤로그에서 밝힌 “희망은 희망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가끔 필요한 위안이 돼야 한다”라는 문장이 인상 깊다.

▲희망 하나만 가지고 어려운 인생을 헤쳐 나가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인 것 같다. 희망이 있든 없든 살아나갈 수 있는 삶의 힘과 환경이 필요한 것 같다.


- 이번 책의 주제는 ‘허무’이다. 오랜 시간 천착한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제가 동의하지 않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첫째는 인생이 전혀 허무하지 않으니 그저 밝게 살아갈 수 있다는 입장. 둘째는 인생이 허무하니까 아무렇게나 살자는 입장. 이런 두 입장과 달리, 제 입장은 인생이 허무해도 혹은 인생이 허무하니까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첫째 입장과 둘째 입장이 만연해 있는 거 같아서, 그와는 다른 제 입장을 천명하고 싶었다.


- ‘위로’를 주제로 한 청탁은 대부분 거절한다고 했는데, 사실 이 책에는 독자를 위로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쓴 글”이 타인의 불안 다스림을 돕는 모습인데...

▲책을 쓰는 과정에서 저자가 위로를 받고, 독자가 그 책을 읽고 결과적으로 위로를 받는 일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로 자체를 ‘목적으로’ 글을 쓰는 일은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누군가 제 책을 읽고 위로를 얻었다면, 그 독자에게 위로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이미 있었을 것 같다.


- “비질 자국이 남아 있는 마당이 비질 자국조차 없는 마당보다 깨끗해 보인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허무 속에서도 부단히 도전하며 삶을 정제해야 할 이유처럼 느껴지는데.

▲좋은 집안에서 좋은 능력을 타고나서 성취를 이룬 사람보다는 역경을 이기고 성취를 이룬 사람이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지 않나? 그와 마찬가지로 원래부터 깨끗해 보이는 마당보다는, 노력에 의해 깨끗해진 마당이 더 좋아 보인다. 비질은 그 노력의 흔적이다.


-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에게 이유를 물으니 “공부하는 순간이 좋아서요”라는 답이 돌아왔다는 내용이 있다. 저자에게 그런 순간은 무엇인가.

▲저 역시 공부하는 순간이 좋고, 산책하는 순간이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이 좋고, 다정하고 유머 감각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순간이 좋다. 어떤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그냥 그 순간의 맛과 멋을 향유할 수 있을 때가 좋다.


- “삶의 행복을 겪으면서 동시에 자신이 행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두 배로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간과했던 행복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행복한 경험은 두 배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 행복한 경험을 인지함으로 한 번 더 행복해지는 거다. 그것은 마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같다.


- “구원은 비천하고 무의미한 노동을 즐길 만한 노동으로 만드는 데서 올 것이다“라고 했다.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사람들은 다 과로를 두려워한다. 과로가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권태로운 상태 역시 그만큼 힘들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즐길만한 일을 찾는 것이 특히 젊은 시절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다. 너무 두려우면 피해야 한다. 그러나 다소 두렵다는 이유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회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용기가 필요하다.

[책담]희망은 바닥나고 허무만 남은 인생…그래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이유

- ‘경쟁의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의 탄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요 사회 갈등에도 해당하는 내용인 듯하다.

▲경쟁이 격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길을 걸으려고 하는 데도 있는 것 같다.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같은 관점으로 보면서 같은 길을 걸으려고 하면 아무래도 경쟁이 심화되기 마련이다. 다양성이 커지면 대개 경쟁도 완화된다. 다른 관점을 취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탄력이 중요하다. 그러한 탄력이 없이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타인을 너무 쉽게 미워하게 된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들께는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 험한 세상에서 허무를 잘 다스리며 살아나가시기를 바란다.


▶김영민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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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사 연구자이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브린모어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동아시아 정치사상사, 비교정치사상사 관련 연구를 지속해서 해오고 있다. 앞서 명절의 본질을 조명한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으로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산문집으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2018),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2019), ‘공부란 무엇인가’(2020)를 비롯해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2021)를 펴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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