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법조스토리]'재판소원' 도입 득보다 실

시계아이콘01분 50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무한소송·사회적 비용 낭비
독일, 대법원 재판 재판소원 인용률 0%대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결정

[법조스토리]'재판소원' 도입 득보다 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AD

2016년 축구 경기에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 도입되기 전까지 백년이 넘는 기간 득점이나 반칙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심판의 몫이었다.


월드컵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명백한 오심이 나와도 절대 사후에 심판의 판정이나 경기 결과를 번복할 수 없었던 것은 "심판의 판정은 최종적이다"라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심판의 권위가 떨어져 매 경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하급심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3심제를 보장하되, 법적 안정성을 위해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한 것이 헌법제정권자인 국민과 입법권자의 결단이다. 그런 점에서 재판소원은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우리 헌법 체계와 규정에 맞지 않아 위헌 소지가 크다. 재판소원 도입에 찬성하는 이들이 모델로 삼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헌법상 법원과 함께 사법부에 속한 것과 달리 우리 헌법은 제5장에 법원을, 제6장에 헌법재판소를 각각 따로 규정, 양 기관이 별개의 독립된 헌법기관임을 분명하게 선언했다.


나아가 헌법 제107조는 '법률'의 위헌성은 헌재가, '명령·규칙·처분'의 위헌성은 대법원이 각각 최종적으로 심사하게 하면서, 헌재가 대법원의 위헌성 판단을 다시 심판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지 않았다.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다시 심사하는 것을 헌법이 예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 개정 없이 법률을 개정해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적이다.


애초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한 입법자들이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정부나 국회와 달리 법원은 기본적으로 기본권 보호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이었다. 확정된 법원 재판의 위헌성을 헌재가 판단하게 한다는 것이 언뜻 보기에는 기본권 보호에 크게 도움될 것처럼 보이지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이 과연 1년에 몇 건이나 되겠는가. 독일의 대법원 재판에 대한 재판소원 인용률이 0%대인 것을 보면 생각처럼 실익이 크지 않은 제도라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법원 위에 또 다른 헌법기관을 '옥상옥'으로 세워 제4심 역할을 맡기면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이나 패소한 당사자 상당수가 사건을 다시 헌재로 가져갈 것이다. 수년에 걸친 재판이 끝나도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고, 헌재가 재판을 취소하면 다시 법원에서 재판 절차가 계속되는 무한 소송의 굴레 속에 분쟁 해결은 지연되고, 국가적 낭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헌재법상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비용이 부담되는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 있는 반면,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나 특권층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재판 집행을 늦춰 상대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헌법소원을 이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결국 웃는 건 범죄자나 변호사들 뿐일 것"이라는 자조 섞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재판소원은 어디까지나 사안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지 제4심이 아니라는 주장도 외면만 강조한 말장난에 가깝다. 법원의 구체적인 사실 인정이나 법률 적용에 대한 검토와 판단 없이 재판의 위헌·위법 여부나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헌재가 법률에 대한 최종 해석권을 가진 대법원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다면 결국 제4심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게다가 '정치적 사법기관'으로 불리는 헌재는 정치로부터의 독립성, 중립성이 대법원에 비해 현저히 열악하다. 임명권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헌법재판관들이 완전히 상반된 의견을 내며 정치 성향을 드러낸 결정이 어디 한둘이었나.


AD

국가 사법제도의 근본 틀을 바꾸는 일인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충분한 공론화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27일 오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고 생색을 내겠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숱한 부작용과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2508:00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K팝에 의존했던 한류 소비 지형이 문학과 영화, 음식으로 다변화했다. 지식재산권(IP)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실질적인 관광 수요와 수출 수익까지 견인하는 핵심 산업 동력으로 진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은 25일 이 같은 현상을 입증하는 '2025 외신·소셜데이터로 보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른 나라 매체와 누리소통망(SNS) 자료 150만 건을 샅샅이 분석해 한류의 확산 구조

  • 26.02.2508:00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온라인 화면을 뚫고 나와 실물 경제를 견인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입증한 지식재산권(IP)의 힘이다. 단순한 영상 소비를 넘어 관광, 식음료, 정보통신기술(IT) 등 산업 전반을 집어삼키며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판도를 바꾼다. 이 작품은 시청 수 3억2510만 회를 기록하며 역대 넷플릭스 영화 시청 1위라는 대기록을 썼다. 15주 연속 시청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영

  • 26.02.2508:00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피 튀기는 장르물에 집중했던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 진화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다각적 현지화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로맨스물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 세계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비한류권인 멕시코에서조차 9주 연속 넷플릭스 시청 수 10위권에 진입하며 지식재산권(IP)의 장르적 스펙트럼과 소비 영토를 동시에 넓혔다. 압도적 성과의 이면에는 각국의 문화적 맥락을 파고든

  • 26.02.2508:00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한국 영상 콘텐츠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로 안착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지식재산권(IP)의 폭발력을 명확히 증명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시즌 1, 2, 3이 나란히 시청 수 1, 2, 3위를 싹쓸이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썼다. 흥행은 화면을 넘어 실물 경제와 문화 산업 전반으로 파급력을 넓혔다. 글로벌 식음료 및 패션 브랜드와의 연이은 협업이 이를 증명한다. KF

  • 26.02.2508:00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한국 문학이 변방의 언어라는 태생적 굴레를 벗고 세계 문학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일회성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지적 독서로 번졌다. 한국문화정보원의 빅데이터 분석은 이를 객관적 수치로 입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한국 문학 관련 외신 보도 비중은 전 분기 1.2%에서 32.4%로 30%포인트 이상 뛰었다. 유력 매체들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 26.02.2615:31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2월 2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과 함께 오늘 생생토

  • 26.02.2514:37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박원석 전 의원, 이태규 전 의원(2월 23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이태규 전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두 분 모시고 핫이슈 생생토크 하겠습니

  • 26.02.2310:59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2월 20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의 9차 당대회가 19일 개막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세습과 관련해서 9차 당대회에서

  • 26.02.2015:42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과 김윤형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모시고 핫이슈 관련해서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소종섭 :민주당 얘기 좀 해볼까요? 송영길

  • 26.02.1915:25
    '젊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젊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어느 순간 그렇게 됐다. 서울이 뉴욕의 축소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많은 외국인은 어디서 왔을까?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