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대형 자루서 뼈 수습
李 대통령 재개항 발언 반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 우선
1년 넘게 방치됐던 '12·29 여객기 참사' 사고기 잔해물에서 희생자의 유해로 추정되는 뼈가 참사 1년 만에 뒤늦게 수습됐다. 유가족들은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을 강하게 규탄하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무안국제공항 조속 재개항'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안전 확보가 무조건 선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진행된 제2차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잔해물 조사 현장에서 희생자의 뼈로 추정되는 유해 1점이 발견됐다.
전남경찰청 과학수사대는 노면에 흩어져 있던 기체 잔해물을 대형 자루에 담아 선별하는 막바지 작업 중 이 유해를 수습했다. 조심스럽게 수거된 유해는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강원도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져 DNA 검출 및 정밀 감식을 거칠 예정이다.
앞서 사조위는 노면에 흩어져 있던 기체 잔해물을 컨테이너 4동으로 옮기며, 유류품 등 사고 원인 규명에 필요한 주요 단서를 수집하고 있다. 부피가 큰 꼬리날개는 별도의 가건물을 증축해 보관할 계획이다. 조사는 10여 명씩 3개 조로 나뉘어 잔해물 분류와 기록 작업을 진행 중이며, 총 10차례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재조사 현장에서는 유해 1점과 함께 방치됐던 유류품 154점도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참사 1년 만에 유해와 유류품이 뒤늦게 발견되자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발견된 뼈는 암매장된 것이 아니라 사고 현장에서 수습돼 대형 자루에 덩그러니 방치된 것"이라며 "참사 직후 생명에 대한 예우보다 '빠른 수습'과 '상황 종료'에만 급급했던 정부의 무책임한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1년 전 제대로 수습됐다면 남아 있었을 혈흔이나 살점 등 수많은 증거와 진실이 오랜 시간 방치된 탓에 모두 소실돼 뼈저리게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유가족들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지역 관광업계 고사를 막기 위해 무안공항을 빨리 재개항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공식 입장문을 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무안공항의 조속한 재개항은 우리 유가족들도 간절히 원하는 바지만, 그 전제는 반드시 '완전한 안전'이어야 한다"며 "우리 가족들이 겪은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다른 시민들에게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무안공항을 단순한 교통 시설이 아닌 '국가 책임과 국민 안전을 증명하는 시험대'로 규정했다. 협의회는 "국정조사를 통해 국가의 책임성과 거짓 대응이 일부 드러났고, 이제야 사조위가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돼 새롭게 체제를 갖추고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의 막연한 약속만으로 사고 현장을 떠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공항 시설물의 안전성, 조류 예방 시스템, 관제 및 비상 대응 체계 등 사고의 근본 원인에 대한 규명이 여전히 미비하다"며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재개항은 동일한 참사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협의회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무조건적인 개항 반대가 아니라 안전이 완벽하게 담보된 재개항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경제 논리나 정치적 일정이 아닌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전 대책과 한 점 의혹 없는 진상 규명 결과를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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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재 무안국제공항은 사고 원인 조사에 필요한 로컬라이저 철거 반대와 기체 잔해 재조사 등 얽힌 쟁점들로 인해 재개항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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