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행정부 1년 과업 자화자찬
외신 "사실 아니거나 근거 부족"
"비인기 정책엔 방어적" 지적도
미국 역대 최장 국정연설 기록(108분)을 갈아치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4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을 두고 혹평이 쏟아졌다.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들이 다수 포함됐거나, '정치적 메시지'들이 주를 이뤘다는 것이 주요 외신들의 평가다. 고물가 문제 등 비(非)인기 정책과 관련해선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 주요 외신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수 주장이 사실관계와 다르거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년간의 과업을 자화자찬하면서 시청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설 초반에 인플레이션 완화와 소득 상승, 경제 호황 등 관련 발언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특히 그는 "나는 침체한 경제와 함께 위기에 빠진 나라를 물려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바이든 정부 마지막 해인 2024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8%로 집계됐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첫해인 2025년 기록한 2.2%보다 0.6%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라고 AP통신은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소득이 급격히 늘어나고 경제는 전례 없이 호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는 미국인들의 2025년 실질소득은 전년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쳐 바이든 집권기인 2024년 2.2%보다 눈에 띄게 둔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18조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붓겠다는 약속을 확실히 받아냈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백악관이 게재한 확정치(9조6000억달러)와 큰 차이를 보였다.
관세와 관련해서도 "관세 수입이 우리나라를 살리고 있다"고 했지만, AP통신은 "관세는 연간 재정적자를 메울 만큼 충분하지 않다"며 "미 의회예산국(CBO)은 트럼프가 관세로 10년간 3조달러(연 3000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4조7000억달러 규모의 감세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한 규모"라고 짚었다. 실제 지난해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는 1조7800억달러에 이르렀다.
CNN방송은 "더는 백악관이 사실에 입각해 (국정)연설을 작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이 되풀이하기를 좋아하는 기록에 맞춰 연설을 쓰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도 "지난 1년간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고 전임자를 조롱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또다시 이를 반복했다"고 질타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사안들에 대해 방어적 태도를 취했다고 WP는 일침을 가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미 대선 패착 요인으로 꼽히는 고물가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는 지적이다. 또 이란을 제외하고는 북한, 우크라이나, 대만 등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지역이나 지정학적 요충지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짚었다.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 직후 시청자 반응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가량은 긍정 평가를 내렸지만, 물가 안정과 관련해서는 부정적 답변 비율이 높게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경제와 물가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느냐'는 문항에서는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5%가 '너무 적다'고 답했고, '대통령이 물가를 안정시켜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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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올림픽 금메달을 딴 남자 아이스하키팀, 전쟁 영웅 등에 경의를 표명하는 장면을 두고 "연설에 긍정적 분위기를 덧씌우려는 미디어 전략적 계산"이라고 AP통신은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훈장을 수여하는 등 애국심을 자극하기 위한 '연출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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