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경쟁 구조 벗어나 임무 중심 공동연구 확대
370㎞ 고속철·화재 확산 방지·핵심광물 확보 등 체감 성과 전면에
과제 수주 경쟁을 중심으로 굴러가던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체계가 '임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PBS(연구과제중심제도) 폐지 이후 개별 기관이 과제를 따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가 요구하는 과제를 중심으로 기관 간 협력·융합 연구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전략연구단(전략연구사업)을 통해 공동과제를 기획하고, 생활 안전·교통·공급망 등 국민 체감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도 제시됐다.
각 기관 부원장이 기관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명종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부원장, 권용장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 부원장, 문병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부원장. 김종화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25일 오후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출연(연) 기자스터디'를 열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등 3개 기관의 연구 방향과 PBS 폐지 이후 운영 구상을 공유했다.
문병섭 KICT 부원장은 "그동안은 과제를 따오기 위한 경쟁 구조가 강했다면, 앞으로는 국가 연구기관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연구에 집중하는 체계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율성과 책임이 함께 커지는 구조"라며 "중장기 목표 아래 임무 중심으로 수렴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 간 협력의 구체적 장치로는 전략연구단이 거론됐다. 각 기관이 아이템을 제안하고 이를 결합해 공동과제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문 부원장은 "싱크홀처럼 복합적 사회 문제는 단일 기관의 시각만으로 풀기 어렵다"며 "아이템을 내고 합치는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속 370㎞ 고속철·화재 확산 방지·해외 원광 확보…국민 체감 과제 전면에
질의응답에서는 '국민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연구'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세 기관은 생활 안전, 교통 혁신, 공급망 대응을 대표 과제로 제시하며 연구 성과의 '현장 적용'과 '정책 반영'을 강조했다.
권용장 KRRI 부원장은 시속 370㎞급 고속철도 상용화를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차량 기술뿐 아니라 선로·전력·신호·운영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며 "올해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RRI는 고속철도와 도시철도는 물론 수소열차·하이퍼튜브 등 미래 교통 시스템을 연구·실증하는 철도 전문 출연연이다. 권 부원장은 "철도는 시스템 산업이기 때문에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며 "해외 시장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부원장은 건축물 화재 확산 방지 기술과 도시 침수 대응 연구를 국민 체감 성과로 꼽았다. 그는 "화재는 기술 개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가 기준과 제도에 반영돼야 현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KICT는 도로·교량·지반·건축·수자원 등 국가 인프라 전반의 안전과 성능을 연구하고 건설 기준을 수립하는 기관이다. 문 부원장은 "도심 침수 문제 역시 배수·하천·도시 구조를 함께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명종 KIGAM 부원장은 해외 원광 확보와 핵심광물 공급망 대응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원광 확보뿐 아니라 가공(프로세싱) 기술까지 확보해야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KIGAM은 지질조사와 광물·에너지 자원 탐사, 지진·산사태 등 지질재해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국가 자원 안보와 국토 안전을 담당한다. 이 부원장은 "전략연구사업을 통해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성은 강화하고, 협력은 자연스럽게"
PBS 폐지 이후 연구 범위가 무작정 넓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참석자들은 '전문성 강화'와 '협력 확대'가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영역을 각 기관이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분야를 더 선명하게 하되 공동 임무형 과제에서 접점을 늘린다는 취지다.
문 부원장은 "전 세계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끼리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전문성은 더 선명하게 가져가되, 전략연구단을 통해 합쳐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권 부원장은 "철도처럼 복합 산업은 협력이 전제"라며 "자연스럽게 융합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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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원장은 "전략형 과제로 가면 기본사업이 자연스럽게 융합연구로 이어진다"며 "기관 간 협력이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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