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시 체질 개선을 명분으로 꺼내든 칼이 바이오산업을 향하고 있다. '동전주' 퇴출과 시가총액 기준 강화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데, 약가 인하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성장 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취급하는 모양새가 됐다. 부실기업 정리라는 목적은 타당하다. 문제는 잣대가 너무 단순하다는 데 있다.
팩트는 냉정하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 코스피·코스닥 제약·바이오 상장사 중 동전주이거나 시총 200억원 미만인 곳이 34개 사다. 이 중 연구개발을 본업으로 삼는 바이오 기업이 14곳이다. 7월 규제 시행 시 이들은 즉각 퇴출 위험에 노출된다. 내년 1월 시총 기준이 코스닥 300억원으로 오르면 22개 사가 추가로 압박을 받는다. 규제 사정권 안에 든 기업은 사실상 56개 사다. 일례로 2024년 7월 상장한 엑셀세라퓨틱스는 실적을 입증할 시간조차 충분히 부여받지 못한 채 퇴출 위험군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금융당국의 논리가, 틀린 건 아니다. 동전주는 주가 변동성이 크고 불공정 거래에 악용되기 쉽다. 미국 나스닥도 주가 1달러 미만 종목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을 두고 있다.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건 업계 스스로 반성할 부분"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흘려듣기 어렵다. 부실기업이 증시에 오래 머물면 개인투자자 피해가 누적된다. 퇴출 속도를 높여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방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이오는 다른 잣대가 필요한 산업이다. 신약 개발은 임상 단계에서만 수백억 원이 들고, 매출이 나오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2022년 기준 기술특례상장기업 171개 사 중 101개가 바이오 기업이었다. 기술 잠재력을 담보로 증시에 입성한 이들 기업엔 대규모 손실이 반복되면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규제가 이미 한 겹 드리워져 있다. 여기에 동전주 규제가 얹히고, 특허 만료 복제약 약가 상한선을 대폭 낮추는 약가 인하 정책까지 현실화하면 바이오 기업의 주 고객인 제약사의 여력도 줄어든다.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고 고객사 지갑까지 얇아지는 이중고다.
지금 뜨는 뉴스
결국 정책이 잘라내는 건 부실기업만이 아닌 결과로 이어진다. 임상 3상을 앞두고 주가가 무너진 기업, 기술력은 있지만 아직 매출이 없는 기업도 같은 칸에 들어간다. 부실을 가려내는 규제가 성장의 씨앗까지 태우는 구조다. 나스닥이 참고 모델로 거론되지만, 나스닥은 동전주 판정 후 최대 360일의 개선기간을 준다. 한국의 90일보다 270일 더 길다. "퇴출 속도에만 방점이 찍힐 경우 바이오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가 가볍지 않은 이유다. 지금은 속도보다 정밀함이, 성장산업에 대한 입체적인 안목이 더 중요한 국면이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