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역 GDP 비중 25%…韓85%·英63%
유라시아 세계 일자리 80% 집중
데이비드 도드웰 스트래티직 액세스 CEO. SCMP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2026년 경제·사회 동향' 보고서에 숨겨진 데이터를 살펴보고자 한다. 2024년 전 세계 일자리의 약 15.3%는 해외 수요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 무역으로 인해 생겨난 일자리라는 뜻이다.
이 중 85%를 차지하는 80개 경제권의 일자리는 약 4억6500만개이다. 이 가운데 2억7800만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9600만개는 유럽에 분포해 있다. 무역 의존적 일자리의 80% 이상이 이 두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이를 세계화의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합리적인 대리 지표로 본다면 세계화가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격렬한 논쟁은 결국 '유럽과 아시아에서 시작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다수 사람에게 혜택을 가져다준 '경제의 세계화'에 전쟁을 선포하기로 마음 먹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럴 권한이 있는지 여부부터 따져볼 필요가 생긴다. 미국이 아닌 유럽연합(EU), 중국 그리고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세계의 '중견국'들이 사실상 세계화의 향방을 결정할 주체라 할 수 있다. 컬럼비아대의 애덤 투즈 역사학 교수는 최근 그의 차트북(뉴스레터)에서 "무역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세계화는 유라시아의 이야기"라며 "세계화가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성질을 부릴 때가 아니라, 유라시아가 그렇게 말할 때"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나타난 미국의 모습은 막대한 경제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역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미국 수출의 약 3분의 1은 인접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로 향한다. 무역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4%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84.6%, 독일은 79%, 멕시코는 74.6%, 영국은 62.8%에 달한다. 중국조차도 국제무역의 중요성이 미국보다 훨씬 커서 GDP의 37%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미국의 수출 의존도 역시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명목 GDP의 약 7% 수준에 그친다. EU의 수출 의존도는 38%에 달하며, 중국과 일본은 각각 19%, 17%다.
세계화의 주요 동력이 유럽과 아시아에 있으며, 미국은 세계화에 맞서 싸울 여력이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세계 무역이 교란될 경우 그 피해는 미국보다 다른 경제권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화에 전쟁을 선포한 것은 미국이 세계 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얘기다. 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걸어도 미국은 잃을 것이 많지 않다.
다만 미국의 행보에 세계화가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거나, 급진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의 세계화는 주요 경제 동력을 비서구지역으로 이전했다. 2005년 이후 고소득 국가 간 무역이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에서 45%로 줄었다. 반면, 중소득 국가들이 주도하는 무역 비중은 41%에서 54%로 확대됐다. 무역에서는 서비스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 무역은 전 세계 GDP의 14.1%, 전체 무역의 약 25%를 차지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1995년에는 무역 관련 일자리 가운데 39.7%가 상품 제조업에 속했지만, 2022년에는 32.9%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시장 서비스 부문이 무역 관련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9%에서 48.6%로 급증했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세계화 정책은 지금까지 보여온 실제 혼란보다는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이 불확실성 자체가 장기적으로 경제에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인공지능(AI)이 청년층 고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AI가 청년 고용에 미치는 전면적인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그 잠재적 파급력은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ILO는 또 중국의 도시 청년 실업률이 약 17.8%에 이른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경제 관계를 재편하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려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세계 대부분의 경제에 광범위한 혜택을 가져다준 세계화 자체를 무너뜨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투즈 교수가 지적했듯, 그 특권은 유라시아에 있다.
데이비드 도드웰 스트래티직 액세스 최고경영자(CEO)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Despite Trump's trade wars, globalisation is Eurasia's to win or los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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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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