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인의 인천공항 혼잡도 개선 방안
인천국제공항이 4단계 건설과 인력 증원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고도 설 연휴 '혼잡 대란'을 피하지 못했다. 시설 확충과 보안검색 풀가동이라는 물량 공세에도 대기 시간이 줄지 않으면서 운영 시스템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승객에게 조기도착을 권고하는 임시방편 대신 피크 타임대 인력 유연 배치와 김포·청주공항의 국제선 기능 강화 등 보다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스마트 패스 있어도 여권 다시 꺼내야…기관 간 데이터 공유 시급"
인천공항 부사장을 지낸 이희정 항공우주산학융합원 부원장은 이번 연휴 기간 하루 평균 여객이 23만여명에 달한 점을 언급하며, 하드웨어보다는 운영 소프트웨어의 '심리스(Seamless·단절 없는)' 통합을 강조했다. 이미 보안검색에 사용되는 장비가 신형(CT X-ray)으로 전부 바뀌는 등 하드웨어적인 준비는 완료됐으니 가지고 있는 장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더욱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부원장은 현재 인천공항이 도입한 스마트 시스템의 낮은 활용도와 부처 간 단절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예컨대 현재는 안면 인식 시스템인 '스마트 패스'를 통해 출국장에 빠르게 진입해도, 법무부 출국 심사대에서는 다시 여권을 꺼내서 심사받아야 한다. 스마트 패스는 인천공항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출국심사대와 데이터 연동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원장은 "인천공항, 법무부, 항공사가 데이터를 공유해 안면 인식 한 번으로 항공기 탑승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 기관과 공공기관이 가진 데이터를 연동해 여객의 절차를 최소화해야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항 운영 효율화를 위해서는 '피크 타임'에 맞춘 유연한 대응 체계도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인천공항 출국장은 오전 6시부터 9시, 입국장은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가 가장 혼잡하다. 국적 항공사의 슬롯(항공기 이착륙 시간)이 해당 시간대에 몰려 있어서다.
이 부원장은 "CT X-ray 도입으로 보안 검색 속도는 빨라졌으나, 이를 뒷받침할 법무부 심사대의 운영 시간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며 "보안 검색 공간과 심사대를 물리적으로 풀 가동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법무부 심사대 오픈 시간을 전폭적으로 확대해 전체 시스템이 맞물려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셀프 체크인이나 스마트 백드롭 등 공항 스마트 서비스 가동률은 10%에서 15% 수준에 불과하다"며 "더 많은 승객이 스마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도 혼잡도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릴리프 공항' 도입으로 인천공항 부하 분산해야
항공 전문가인 김광일 신라대 항공 운항학과 교수는 인천공항이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객들이 체감하는 혼잡도는 이미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지적한다. 성수기뿐 아니라 평시에도 보안 검색 등에 긴 시간이 소요되면서 미국식 '릴리프(보조) 공항' 도입 등 운영 이원화가 시급하다는 제언이다.
김 교수는 "지난달 미국 출국 당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출국장에 입장하는 데만 1시간12분이 걸렸다"며 "성수기에는 3시간에서 4시간까지 대기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해결책으로는 김포공항의 국제선 기능 강화를 제시했다. 현재 90% 이상 국내선 위주인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의 부하를 분산하는 '구원 투수'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천공항의 허브화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일본이나 중국 등 단거리 노선 일부를 김포로 이관하면 혼잡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포공항은 이미 우수한 배후 시설과 인천공항까지 높은 접근성을 갖추고 있어 대체지로 최적이라는 평가다. 단순히 인천공항에 활주로를 추가 건설하는 방식으로는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김 교수의 시각이다.
지방 공항을 통한 수요 분산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김해나 청주공항 등을 활성화해 지역 승객들이 인천까지 오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토교통부가 신규 슬롯을 인천에만 몰아줄 것이 아니라 지방 공항으로 유도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공직자들이 현장의 트렌드를 읽고 공항 운영의 이원화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공항 대신, 청주공항 민간전용 제3 활주로 증설이 해법"
인천공항의 부하를 분산하기 위한 핵심 카드로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과 교수가 주목한 곳은 청주공항이다. 현재 추진 중인 가덕도나 대구, 광주 등지의 신공항 건설에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과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청주공항은 민간전용 활주로 한 개만 더 지으면 충분한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청주공항에 활주로 하나를 더 놓는 사업은 2조원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청주공항은 수도권과도 매우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며 "기존 공항을 확장하는 방식은 신규 건설보다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효과는 빠르게 거둘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인천공항의 스마트한 운영 효율화와 더불어 청주공항을 '제2의 수도권 관문'으로 키우는 이원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 교수는 "국가 전체의 항공 수요를 스마트하게 분산하기 위해서는 가성비와 접근성을 모두 갖춘 청주공항 활주로 증설에 대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현재 인천공항의 운영 방식에 대해 "용량이 거의 최대치에 다다른 상태에서 피크 타임대 항공기가 몰리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공항 측이 혼잡도를 개선하기보다 승객들에게 조기 도착을 종용하는 것은 체류 시간만 늘려 오히려 혼잡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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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예컨대 출국 20분, 입국 10분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법무부, 세관, 보안검색 요원을 탄력적으로 즉각 투입하는 운영이 필요하다"며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보안검색대와 출입국 관리 게이트를 얼마나 유연하게 운영하느냐가 스마트 공항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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