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보다 전략…보상 정책 속 기업의 위기 판단
단기 실적 넘어 조직 안정으로
기업 철학이 가른 성과급
에너지·화학 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라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도 기업들의 성과급 지급 양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단순히 '이익이 나면 주고, 손실이 나면 안 준다'는 전통적인 실적 연동 공식을 넘어, 위기를 바라보는 경영진의 시각과 인재 확보 전략에 따라 보상 정책이 분화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과 배터리 업종에서는 미지급 사례가 잇따랐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적자를 이유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배터리 업계에서도 삼성SDI와 SK온이 연간 적자를 기록하며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 실적을 압박한 결과다.
반면 한화솔루션 석유화학 부문은 영업손실 2491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성과급 대신 위로금을 지급했다. 실적은 부진했지만 조직 사기와 내부 안정을 고려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업황이 장기 침체 국면에 있는 점을 감안해 사기 진작 차원에서 회사가 판단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기본연봉의 25% 지급을 결정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영업이익 4740억원, 순이익 531억원을 내며 기본급의 472%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에쓰오일도 영업이익 2882억원을 기록하며 3월 격려금 지급을 검토 중이다. 정제마진 둔화로 수익성이 전년 대비 낮아졌지만, 여전히 흑자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SK이노베이션은 보다 복합적이다.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했지만, 배터리 자회사 부담과 재무 비용 증가 등으로 순손실 5조4061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되, 전년 대비 규모를 축소했다. 본업 체력과 재무 부담이 엇갈린 구조가 보상 정책에도 반영된 셈이다.
결국 성과급은 단순히 '흑자냐 적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구조적 침체에 빠진 업종은 비용 방어에 집중하며 지급을 중단했고, 사이클 둔화 속에서도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은 일정 수준의 보상을 유지했다. 같은 에너지 산업 안에서도 업황의 성격과 재무 여력, 인재 유지 전략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보상 정책이 단기 실적을 넘어 기업의 위기 인식과 전략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 침체로 판단한 기업은 현금 유동성 확보를 우선했고, 일시적 조정으로 보는 기업은 조직 안정과 인재 유지를 택했다는 해석이다.
에너지 업계의 엇갈린 성과급 풍경은 산업 간 체력 격차를 보여주는 동시에, 위기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서로 다른 판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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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민 경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이익이 발생해야 지급되는 구조지만, 석유화학처럼 대외 환경 악화로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 직원들은 억울함을 느낄 수 있다"며 고 "한화솔루션의 위로금 지급은 단순 보상이 아니라 기업 철학과 조직문화에 따른 결정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원의 노력을 인정해 장기적인 동기부여와 충성심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과급은 외부 환경에 따라 과도하게 늘거나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보정이 필요하며, 위기 때 직원들을 '가족'처럼 챙기는 방식은 소속감과 애사심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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