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연평균 668명·총 3342명 확대
비서울권 32개 의대서 '지역의사전형' 선발
文 정부·尹 정부 모두 실패했던 의대증원
의협, "교육부실 자초" 비난 속 여론 눈치
정부가 2년 만에 다시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5년에 걸친 단계적 증원과 의대교육 지원 강화 등의 대책을 약속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앞으로 벌어질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비서울권 32개 의대를 대상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의사인력 양성 규모를 연평균 668명씩 늘리기로 결정했다.
우선 내년도 의대 정원은 의정 갈등 이전(3058명)보다 490명 늘어난 3548명으로 확정했다. 24·25학번이 함께 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 등 교육 현장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계획된 증원 규모의 80%만 반영한 수치다. 내후년인 2028학년도부터 2년간은 매년 613명, 2030학년도부터 2년간은 매년 813명을 더 늘린다.
이에 따라 2028학년도와 2029학년도 의대 정원은 3671명이 된다. 이후 공공의대와 지역의대를 설립해 각각 100명씩 신입생을 모집하면 2030학년도와 2031학년도 의대 정원은 3871명으로 늘어난다. 5년간 증원되는 인원은 총 3342명으로, 이들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 32개 의대에서 모두 지역의사전형으로 선발한다. 지역의사제로 입학하면 입학금과 등록금, 교재비, 기숙사비 등을 지원받는 대신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출신 고교 소재지 인근 지역에서 의무 복무해야 한다.
복지부는 정원 증원분을 지역별 의료 인프라와 의대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배분하기로 했다. 지방 거점 국립의대와 병원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원 50명 미만의 '소규모 국립대 의대'는 100%까지 증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의대별 정원은 향후 교육부 배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4월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2032학년도 이후부턴 부족한 의사 수를 다시 추계해 정원을 조정할 방침이다.
국내 의대 입학정원은 1950년대 1040명을 시작으로 1998년 3507명까지 꾸준히 늘다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요구로 2001년 3253명, 2006년 3058명으로 감축됐다. 이후 2024년까지 무려 18년간 그 수가 동결됐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엔 공공의대 설립과 연 400명 증원을 추진한 바 있지만 의사들이 진료 거부 등 집단행동에 들어가며 무산됐다. 윤석열 정부는 2025학년도 입학정원을 2000명 늘려 5058명으로 확대했지만, 급격한 증원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일부 대학이 모집인원을 조정하면서 실제 모집은 총 4567명에 그쳤다. 2026학년도에는 정원을 그대로 둔 채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렸다.
한편,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이 발표된 직후 김택우 의협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년간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대화에 임해왔는데 합리적 이성이 결여된 채 숫자에만 매몰된 정부 결정을 마주하며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2027학년도 정원에 2025학년도 휴학생과 군 복귀생이 돌아오면 엄청난 수의 인원이 폭증하게 되고, 2025학년도 대규모 증원 때와 맞먹는 충격이자 현장 교육 인프라가 감당 못 하는 교육 불가의 상황이 될 것"이라며 "열악한 강의실과 실습실에서 양산될 질 낮은 교육 환경, 그로 인해 배출될 의사들의 자질 논란과 의학 교육 붕괴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의협 내부에서도 전공의 집단사직 등 단체행동에 비판적인 의견이 있고, 국민 여론 등이 악화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총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대응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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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도 이날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에게 보낸 공개 질의서에서 "2027학년도 재학생 수는 더 이상 증원하지 않더라도 보정심이 판단 기준으로 삼은 최대 증원율을 넘어섰다"며 "교원, 유급학생 및 건물, 시설 등 제반 교육에 필요한 사안을 감안하면 더욱 정상적인 의학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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