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스웨덴 히타치에너지와 용역계약
새만금·서화성 2GW급 전압형 HVDC
기술 규격 정하기 위한 컨설팅 제공
韓 중전기기 4사, 2027년 국산화 예정
한국전력이 일명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로 불리는 2GW 용량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 규격을 정하기 위해 스웨덴 히타치에너지(옛 ABB 전력망 사업부)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의 기술 수준이 해외 기업에 뒤처져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라지만 기술표준과 산업 생태계가 해외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전력 기기 4사는 2027년까지 해당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11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최근 국제 입찰을 통해 스웨덴의 히타치에너지와 'HVDC 기술 규격 제정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한전이 공개한 제안요청서(RFP)에 따르면 히타치에너지는 2월부터 6개월간 '2GW 525㎸급 바이폴(Bi-pole) 전압형 HVDC 기술 규격 제정'을 위한 용역을 제공해야 한다. 한전은 "사전 사양 계획 연구를 통해 HVDC 시스템의 주요 성능 요구 사항과 2GW 새만금·서화성 VSC(전압형) 프로젝트의 세부 기술 사양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며 용역의 취지를 설명했다.
2GW 새만금·서화성 전압형 HVDC 사업은 정부가 제시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의 첫 번째 프로젝트를 일컫는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의 하나로 HVDC 망을 해저로 연결해 호남권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의 산업단지로 보내는 것이 골자다. 전력망의 총 길이는 220㎞에 달한다.
이 사업은 당초 2031년까지 준공할 계획이었으나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은 2030년으로 1년 앞당기기로 했다. 전체 사업 규모는 1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전력망 기자재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중 1단계 사업비만 2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전은 "새만금·서화성 사업은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2GW 대용량 전압형 HVDC 전력망으로 향후 기술 국산화 등을 목적으로 기술 규격을 표준화하기 위해 컨설팅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2GW 용량의 전압형 HVDC 기술 방식을 채택할 계획이지만 아직 국내에는 이를 상용화한 곳이 없다. 따라서 이 기술을 가진 기업과 컨설팅을 기반으로 향후 건설에 필요한 사양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한전은 입찰 요건으로 '지난 10년 이내 ±500㎸ 2GW 바이폴 방식의 전압형 HVDC 또는 이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시스템에 대해 연구 실적을 1건 이상 보유한 업체'로 정해 사실상 국내 기업의 참여는 제한됐다.
전력 업계에 따르면 국내 HVDC 기술은 글로벌 기업의 80~9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차세대 기술인 전압형 HVDC 기술은 초보 단계다. 전 세계 HVDC 시장은 히타치에너지, GE버노바, 지멘스에너지 등 3사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4년 효성중공업이 양주변전소에 200㎿급 전압형 HVDC 변환기를 공급한 바 있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용량을 10배로 늘려야 한다. 변환기는 교류(AC)를 직류(DC)로 전환해주는 장비를 말한다.
2GW급 전압형 HVDC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변환기 외에 변환용 변압기가 별도로 필요하다. 변환용 변압기는 AC·DC 변환 장비가 잘 작동하도록 적정한 전압을 제공해주는 설비로 기술적 난도가 높아 아직 국내에서는 상용화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국내 주요 중전기기 4개사와 함께 국책 과제로 HVDC 변환용 변압기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까지 변환용 변압기 설계기술을 확보하고 2027년 말까지 제작 역량까지 갖춰 2028년에는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준공하지 못하거나 외산 제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해외 기업이 2GW 전압형 HVDC 설계 용역을 제공함에 따라 향후 국내 기업의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조기선 전력계통PD는 "2028년 1단계 사업에 반영되는 사양에는 한전의 용역 결과뿐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한 설계 기술이 함께 반영될 것"이라며 "발주 주체인 한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측은 "기술 표준을 제정하는 것은 향후 국내 업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전력 산업 생태계가 해외 기업에 종속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책 과제와 별도로 국내 중전기기 업체들도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7월 GE버노바와 HVDC용 변환 설비 국산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10월 히타치에너지와 'HVDC 기술에 대한 전략적 협력 및 MOU'를 체결하고 변환설비, 변압기, 제어시스템 등 송전망 시스템 전반에 대한 기술개발에 나섰다. 효성중공업은 자체적으로 변환기, 변압기, 제어기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용어>
전압형 HVDC: 초고압직류송전 기술은 사용하는 반도체에 따라 전류형(사이리스터 기반)과 전압형(IGBT 기반)으로 구분한다. 전압형 HVDC는 양방향 송전이 가능하고 출력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송전에 보다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 뜨는 뉴스
바이폴(Bi-pole) : 1개 회선에 고장이 발생해도 다른 회선을 통해 50%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력망.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단독]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기술규격, 해외社가 마련한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21110353038057_1770773730.jpg)
![[단독]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기술규격, 해외社가 마련한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21111061338240_1770775572.jpg)
![[단독]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기술규격, 해외社가 마련한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21110441938115_1770774259.jpg)
![[단독]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기술규격, 해외社가 마련한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112610404032335_176412124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