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 중단 10주년 기자회견
협회 추산 경제적 손실 1조3000억원
"재개 위한 정부의 책임감 있는 자세 필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회사에 못 가본 지 벌써 10년째입니다."
유동옥 대화연료펌프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개성공단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유 대표가 운영하는 대화연료펌프는 2004년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15개 기업 중 3번째로 입주했다. 공장은 첫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과 새 출발에 대한 설렘 속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총 4000㎡(약 1200평) 규모 건물에 남한 직원 10명과 북한 직원 150명이 모여 일했다. 6년 만인 2010년엔 연 매출 350억원, 직원 350명 규모의 사업체로 성장했다. 유 대표는 "하루하루 회사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 있었다"며 "업무 능력이 미숙하던 북한 직원들도 금방 일을 배워 제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2016년, 하루아침에 개성공단 폐쇄가 결정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유 대표는 공단 폐쇄 불과 3시간 전에야 소식을 듣고 공장과 직원들을 그대로 북측에 두고 나왔다. 2013년 첫 중단 때처럼 이른 시일 내 정상화될 것으로 봤지만, 재가동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유 대표는 "그나마 오늘 모인 기업은 국내외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라며 "안타깝게도 당시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의 절반 이상은 휴·폐업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관계자들은 이날 남북출입사무소 게이트 앞에 모여 개성공단의 신속한 재개와 정부의 피해 보상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등의 협·단체와 입주 기업 34개사 관계자, 취재진을 포함해 80여명이 참석했다.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는 방북 승인 호소문에서 "개성공단에서 9년간 공장을 가동했는데, 어느새 공장이 다시 가동되길 기다린 시간이 10년을 넘어간다. 이제는 함께 일했던 시간보다 그들을 그리워하며 기다린 시간이 더 길어졌다"며 "공장이 완공되기도 전에 만났던 북측 근로자 150여명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마음이 상할 때도 있었으나, 그마저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개성공단은 2004년 북측의 노동력과 남측의 기술력을 활용한 대표적인 남북경협 모델로 출발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전면 중단됐다. 이 기간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들여 개성공단에 입주한 국내 중소기업들은 설비 투자금과 인건비 등을 포함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떠안게 됐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실질적인 피해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박용만 대표는 "전면 중단 이후에도 한때 임대 건물로 내줬던 공장을 다시 비워 공장으로 돌리고, 어떻게든 가동을 이어가며 버텼다"며 "그러나 더는 버틸 수 없어 2023년 12월 말, 대부분의 임직원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입주 기업들은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2013년 남북이 실무회담을 통해 '정세와 무관하게 개성공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보장한다'는 합의를 체결하는 등 국내 기업의 입주를 독려했지만, 불과 3년 만에 폐쇄됐다. 협회에 따르면 입주기업 중 32%인 40개사가 휴·폐업 상태다. 북한은 2020년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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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향 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정부는 2016년 개성공단 중단 소식을 기업인들에게 3시간 전에 알리고 14년 역사를 일방적으로 닫았다. 입주 기업들은 그저 정부의 약속만 믿고 개성공단에 들어갔을 뿐 아무 잘못이 없다"며 "정부에 대북 제재의 상징으로 불리는 '5·24 조치'만이라도 해제해달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하고 싶다. 통일부 등 관계 부처가 개성공단을 잊지 말고 재개를 위해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파주=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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