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팩스 대신 모바일 발주
CJ프레시웨이, 온라인 전환에 베팅
CJ프레시웨이가 외식 사업자용 식자재 오픈마켓 플랫폼을 운영하는 푸드테크 기업을 품었다. 급식과 식자재 유통 시장의 경쟁 축이 물류 규모와 가격 중심에서 디지털 역량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발주·정산·운영 관리 전반을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능력이 향후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왜 마켓보로인가
2016년 설립된 마켓보로는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모바일 기반 식자재 발주, 매입·매출 관리, 운영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푸드테크 기업이다. 외식업 식자재 오픈마켓 '식봄'과 기업 간 거래(B2B) 식자재 유통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마켓봄'을 운영하고 있다. 외식 점주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식자재를 주문하고 매장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전화와 팩스에 의존하던 기존 발주 방식과 달리 효율성이 높고 인력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이용자가 빠르게 늘었다. 마켓보로의 누적 거래액은 2025년 12월 기준 12조6800억원에 달한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6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외식·급식 시장의 디지털 전환 흐름을 선점하며 국내 B2B 식자재 커머스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J프레시웨이의 투자는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회사는 2022년 6월 마켓보로 지분 27.48%를 약 403억원에 인수하며 첫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취득 목적은 '시장 경쟁력 강화'였다. 식자재 유통의 온라인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됐다. 이번에는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CJ프레시웨이는 5일 마켓보로 주식 1657주를 약 403억원에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기존 보유분을 포함해 총 3314주를 확보했고, 지분율은 55%로 과반을 넘겼다. CJ프레시웨이가 마켓보로를 총 806억원에 인수한 셈이다. 이번 취득 금액은 2024년 말 기준 자기자본의 9.7%에 해당한다.
CJ프레시웨이가 주목한 것은 '데이터'다. 플랫폼을 통해 축적되는 발주 내역과 소비 패턴, 매장 운영 정보는 수요 예측과 원가 관리, 물류 효율화로 이어진다. 단순 유통을 넘어 데이터 기반 사업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라는 판단이다. 단순 제휴가 아닌 지분 인수를 택한 것도 디지털 역량을 외부에 맡기지 않고 내부 경쟁력으로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켓보로의 외형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매출은 261억원으로 전년(147억원) 대비 77% 증가했다. 상품 거래 확대와 함께 수수료 매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수수료 매출은 2024년 81억9669만원으로 전년(33억9991만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수익성은 과제로 남아 있다. 마켓보로는 2024년 영업손실 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영업손실(127억원)보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손실 구조다. 판매비와 관리비가 154억원에 달했고, 광고선전비(약 20억원)와 판매촉진비(44억원), 인력 관련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CJ프레시웨이가 단기 이익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데이터와 고객 접점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체력 갖춘 CJ프레시웨이, 성과 낸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4811억원, 영업이익 1017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매출은 7.9%, 영업이익은 8.1% 증가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유통과 급식 전 사업 부문에서 수익성 중심 사업 모델을 강화하고, 온라인 기반 성장 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점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유통 사업의 두 자릿수 성장도 눈에 띈다. 외식업체와 급식 사업장을 중심으로 모바일 주문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기존 물류 인프라와 결합된 디지털 채널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에서는 마켓보로 인수가 이러한 흐름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별로 보면 유통사업(외식 식자재·식품원료) 매출은 1조5621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 프레시원과의 합병을 통해 상품과 물류 역량 간 시너지를 강화하고 운영 효율을 높인 점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특히 온라인 유통 사업은 연간 매출이 55% 성장하며 온·오프라인 유통 역량을 결합한 O2O 전략의 효과가 실적으로 나타났다.
급식사업(급식 식자재·푸드서비스) 매출은 1조8934억원이다. 급식 식자재 부문은 고수익처 중심 신규 수주 확대와 자체브랜드(PB)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푸드서비스 부문은 공항 등 대형 컨세션 사업장을 중심으로 외형을 키웠다. 이동식 급식과 편의식 서비스를 포함한 '키친리스(Kitchenless)' 모델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 흐름 속에서 그룹 차원의 관심도 이어졌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말 CJ프레시웨이를 직접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반등과 함께 급식·식자재 사업의 체질 개선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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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철 CJ프레시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상품·물류 등 근원적 경쟁력 고도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수익성 중심 성장 구조를 확립한 결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대를 달성했다"며 "올해는 O2O 성과 창출을 가속화하고 키친리스 전략을 본격화해 신성장동력의 실효성을 시장에서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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