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이어 야권까지 규제 완화 검토
대형마트 새벽배송 길 열리나
일요일 의무휴업 규제는 여전
역성장 대형마트엔 '반쪽 처방'
유일한 역성장 업태…4분기도 정체 예정
대형마트 시장이 장기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14년째 지속된 새벽배송 금지 영업규제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가 전국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새벽배송에 나설 경우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간 수요를 흡수하면서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심야 근무에 따른 인건비 등 부담도 만만치않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5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전날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현행 유통법의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12조의 2)' 조항에 예외 단서를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의회를 열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매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데, 온라인 주문·배송의 경우 심야영업 제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도 대형마트 온라인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해 대형마트가 온라인 주문 배송을 하는 경우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특히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영업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홈플러스 청산 위기, 대형마트 생사 기로…쿠팡 등 온라인과 격차 확대
정치권의 기류 변화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인해 유통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소비의 중심축이 온라인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새벽배송을 앞세운 쿠팡은 급성장한 반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은 대형마트는 영업규제에 발목이 잡혀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특히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현행법은 대형마트가 점포를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이 때문에 빠른 배송을 앞세운 이커머스와 경쟁은 성립조차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대형마트는 지난해 전체 유통업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뒷걸음쳤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4.2% 감소했고, 같은 기간 백화점은 4.3% 증가, 온라인 유통은 11.8% 성장했다.
유통시장에서 존재감도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유통업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9.8%로 처음 10% 아래로 떨어졌다. 2021년 15.1%였던 비중이 불과 4년 만에 5%포인트 이상 줄었다. 온라인 유통 비중은 같은 기간 52.1%에서 59%로 확대됐다.
반면, 쿠팡의 매출은 2023년 31조8298억원에서 2024년 41조2901억원으로 1년 새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8조원대에서 정체됐다. 점포 수도 지난해 368개로 2020년보다 26개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형마트 점포당 매출은 41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1% 줄었다. 설과 추석이 포함된 달을 제외하면 연중 대부분의 달에서 역성장이 반복됐다. 증권가에서도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보면서도, 할인점 부문 부진으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대로면 존속 위기"…의무휴업도 폐지돼야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 논의를 반기고 있지만,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인건비 부담이 더욱 늘어나는 데다 월 2회 의무휴업 규제가 유지될 경우 주말·공휴일 수요를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형마트 업체별로 보면 기대 효과도 차이가 있다. 이마트는 전국 점포 수와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새벽배송 확대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SSG닷컴과의 연계를 통해 점포 기반 퀵커머스를 강화할 수 있어서다. 롯데마트는 롯데온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점포 효율화 과정이 병행되고 있어 공격적인 확장은 신중한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상대적으로 재무 부담이 큰 만큼 규제 완화의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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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규제는 전통시장 보호라는 명분과 달리 대형 플랫폼만 키워주는 구조"라며 "의무휴업까지 포함한 근본적인 제도 재검토 없이는 대형마트의 추락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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