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기본 이주비 대출 제한
시공사 이주비대출 금리 부담
서울시 "예외규정 마련해야"
금융위 "규제 기조 변화없어"
이주비 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축소되고 다주택자 대출까지 제한되면서 서울의 정비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주인 입장에선 계약 기간이 남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줘야 재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는데, 다주택자는 이주비 대출 이자가 비싸 전세금을 융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조합에선 다주택자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서울시가 주택 공급 병목을 이유로 다주택자에 대한 예외 적용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부가 선을 그으면서 처분조건부 대출 같은 접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정비업계 따르면 노량진1구역과 3구역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두고 이주비 대출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량진1구역 조합에 따르면 조합원 961명 중 70%가 1+1 분양 신청자거나 다주택자로 분류돼 기본 이주비 대출 제한 대상이다.
1250가구로 재개발되는 노량진3구역도 전체 조합원(518명)의 5분의 1인 100여 명이 다주택자에 속해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또한 기본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조합원 수가 7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동구의 모 재건축 조합 또한 조합원 전체 480명 중 다주택자가 100명에 달해 이주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주비 대출은 이주 기간에 머물 전셋집을 마련하거나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하고자 조달하는 비용이다. 이주비 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해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기본 이주비 대출'과 시공사 신용보강 방식으로 끌어오는 '추가 이주비 대출'로 나뉜다.
기본 이주비 대출은 정부의 6·27 규제로 이후 최대한도가 6억원으로 축소됐다. 2주택자는 1가구를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을 못 받는다. 더욱이 10·15 대책 이후에는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이 40%까지 축소됐다. 감정평가액 15억원 이하인 주택을 보유한 조합원의 경우 최대한도인 6억원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최고 10% 금리…이주비 대출 외면
다주택자 비율이 높은 재개발 사업장은 시공사 신용보강을 통한 추가 이주비 대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이주비 대출 금리는 기본 이주비 대출보다 최소 1~2%포인트 높아 조합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최근 동대문구의 모 조합 역시 시공사 측에서 금리 8.5~10% 조건으로 신용보강을 제안해 협의가 무산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이주비 대출은 결국 조합원의 금융 부담으로 전가돼 정비사업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현장에서는 이주비를 마련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사업을 늦추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수년 전 추가 이주비 대출 조건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조합들도 난항을 겪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을 앞두고 새롭게 협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광진구 내 재개발구역 조합 관계자는 "과거 규제지역 LTV가 70%일 때를 기준으로 시공사가 신용보강을 통해 추가 이주비 LTV 30%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기본 이주비 대출 LTV가 40%까지 줄었고 다주택자들은 대출 자체가 안 되니 추가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신용보강이 쉽지 않다. 단순한 보증이 아닌 회계상 우발부채로 계상되기 때문에 재무 부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다주택자 예외 규정 필요"… 금융위, 예외 없어
상황이 악화하자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에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는 지난달 국토부와의 실무협의체에서 이주비 대출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분리해 LTV 70%까지 완화해줄 것을 건의한 데 이어 최근엔 다주택자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불가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추가 이주비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열려있는 만큼, 기본 이주비 대출에 대한 빗장을 풀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를 투기 수요로 간주하는 정부 기조상 예외를 허용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 LTV 완화를 포함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에 대해서 어떠한 것도 검토한 바 없다"며 "국토부 또한 금융위에 다주택자에 대해 규제 완화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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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이주비 대출 규제가 장기적으로 서울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절충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기조를 고려했을 때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1+1 분양 조합원의 경우 준공 후 3년 내 1가구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이주비 대출을 지원하듯이 다주택자들에도 처분 조건부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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