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포항가속기硏, 6가 크로뮴 측정 '기준 물질' 첫 개발
지하수와 놀이터 모래에 숨어 있는 1급 발암물질 '6가 크로뮴'을 이제는 더 정확히 가려낼 수 있게 됐다. 환경 검사 결과의 신뢰도를 좌우해 온 측정 오차 문제에 과학적 해법이 제시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포항가속기연구소(PAL)와 협력해 환경 시료 속 6가 크로뮴 함량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규조토 인증표준물질(CRM)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기준 물질은 환경 분석 기관이 수행한 측정 결과의 정확도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교정할 수 있는 표준 역할을 한다.
6가 크로뮴 분석용 규조토 분말 인증표준물질(CRM) 제조 과정. 시중에 판매되는 규조토 분말을 1차 체가름한 뒤 3가 크로뮴(Cr(III))과 6가 크로뮴(Cr(VI))을 첨가하고, 동결건조와 반복 체가름을 거쳐 시료를 균질화했다. 이후 안정성 유지를 위해 아르곤(Ar) 분위기에서 소분·포장했다. 연구진 제공
측정값 달라도 판단 기준 없던 현장
6가 크로뮴은 강한 독성과 산화력을 가진 물질로,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산업 시설뿐 아니라 지하수와 토양, 생활 공간에서도 검출될 수 있어 국내 환경 관리 법령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환경 검사 기관별로 6가 크로뮴 측정 결과에 차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비교·검증할 표준화된 기준이 없어 분석 정확도와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기존 6가 크로뮴 분석은 고체 시료를 용액에 녹이는 습식 분석법에 의존해 왔다. 이 과정에서 6가 크로뮴이 다른 산화수로 변하는 화학종 변성이 발생해 실제 함량이 과소평가되는 문제가 반복됐다.
KRISS와 포항가속기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사광 X선 흡수 분광법(XAS)을 6가 크로뮴 CRM 개발에 적용했다. 태양보다 수억 배 밝은 방사광 X선을 이용해 시료를 파괴하지 않고도 6가 크로뮴 고유의 에너지 흡수 신호를 직접 포착함으로써, 전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던 분석 오류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6가 크로뮴 분석용 규조토 분말 인증표준물질(CRM) 개발 연구진. 앞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조하나 KRISS 책임연구원, 공기원 포항가속기연구소(PAL) 기술원, 허성우 KRISS 무기측정그룹장, 임영란 책임연구기술원, 홍상엽 선임기술원, 최선희 PAL 책임연구원. KRISS 제공
실제 측정서 활용할 '측정표준'으로 구현된 성과
이번 성과는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국가 측정표준(CRM)으로 구현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가 실험실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환경 분석 기관이 실제 측정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준 물질로 완성된 것이다.
이를 통해 환경 분석 기관은 장비와 분석 방법의 정확도를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고, 지하수·토양 오염 감시의 신뢰도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CRM은 국가 환경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이 되는 동시에, 유럽연합(EU)의 유해물질 제한지침(RoHS) 등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국내 수출 기업의 분석 공신력 확보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허성우 KRISS 무기측정그룹장은 "가속기를 측정표준 연구에 적용해 기존 분석법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한 성과"라며 "정확도와 신뢰성이 보장된 이번 CRM이 향후 환경 분석 현장의 필수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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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KRISS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개발된 규조토 인증표준물질은 KRISS 표준성과한마당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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