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 보고서
"미·중처럼 전 영역 장악은 한계"
"하드웨어 강점 위에 모델·서비스 확장 중요"
인공지능(AI) 하드웨어 분야에 집중 투자해온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처럼 AI의 전 영역 장악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강점 분야에 집중하면서 부족한 요소는 국제 협력으로 보완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조언이 나왔다.
27일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와 공동 작성해 공개한 'AI 주권 재정의'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초기에는 반도체 등 하드웨어 부문에 투자를 집중했으며, 이후 파운데이션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으로 노력을 확장하고 있는 국가"라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2.2~3.3%를 AI 가치사슬 전반에 투자했다는 통계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한국을 AI 하드웨어와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축적해온 국가라고 평가했다.
GDP 대비 2.2~3.3%에 달하는 한국의 AI 투자액은 미국(3.4~5.1%)이나 싱가포르(3.1~4.6%)보다는 낮지만, 미국과 함께 AI 강국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중국(1.7~2.6%)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WEF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국가들의 AI 경쟁력 전략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은 AI 인프라, 모델, 서비스까지 전 영역에 걸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글로벌 AI 밸류체인 리더(Global AI value chain leaders)'로 분류했고,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비교적 균형 잡힌 투자와 정책 조율을 통해 지역 생태계를 구축한 '생태계 구축자(Ecosystem builders)'의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데이터·앱 등 일부 AI 가치사슬에 경쟁력을 집중한 '선택적 플레이어(Selective players)'로, 인도는 앱 서비스와 AI 사용 확대에 주력하는 '채택 가속화국(Adoption accelerators)'으로 평가했다. 아직 AI 역량이 초기 단계인 국가들은 '신흥 협력국(Emerging collaborators)'으로 표현했다.
보고서의 유형 구분을 한국에 대입해 보면, 한국은 특정 영역에 강점을 가진 '선택적 플레이어'의 특성을 바탕으로, 파운데이션 모델과 응용 서비스 투자 확장을 통해 '생태계 구축자'로 이동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보고서는 이러한 유형 구분을 토대로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중국처럼) AI 가치사슬 전체를 직접 소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전 세계 AI 관련 투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와 앱, 서비스에 집중됐고, 이 중 AI 인프라 투자만 6000억달러(약 864조1800억원)를 넘어섰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AI 가치사슬 전반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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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마리아 바쏘(Maria Basso) WEF 산하 'AI 우수성 센터' AI 응용·영향 부문 책임자는 이 같은 구조 속에서 "AI 주권을 '모든 것을 직접 소유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국의 가치와 규범에 맞게 AI를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회복력을 확보하는 문제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AI 인프라와 파운데이션 모델은 자본과 에너지, 공급망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국제 협력과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전략적 상호의존이 경쟁력의 핵심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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