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채권 회수 의무 사라져
‘회수 여부’보다 ‘신고 절차’가 핵심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자 정부가 환율 안정 지원책을 내놓았다. 수출한 만큼 외화가 들어오지 않는 것을 환율 불안의 원인으로 본 것이다. 수출신고금액과 외화수령금액 간 차이가 큰 기업을 대상으로 외국환거래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해외거래처에 대한 채권의 회수 실태를 들여다보겠다는 선언이다.
정부가 해외거래처에 대한 채권 회수를 직접 강제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에는 강제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과거에는 건당 미화 50만달러 이상의 대외채권은 만기 후 3년 안에 회수해야 했다. 회수 포기나 회수 기한 연장을 위해서는 한국은행에 사전신고가 필수였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17년 폐지됐다. 과거 만성적 외화 부족 시기에는 정당성을 인정받았을지 몰라도, 오늘날 글로벌·선진화된 경제 현실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급의 경제위기가 다시 오지 않는 한 평상시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해외 본·지사에 물건부터 먼저 실어 보내고 돈은 3년 후에 받기로 할 때 신고해야 하는 의무도 2025년 초 폐지됐다.
기업은 관세청 점검에 앞서 채권 회수 여부보다는 장기 미회수 채권 문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해야 할 신고를 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네 가지 주의할 포인트가 있다.
첫째, 해외매출채권을 장기대여금으로 전환하는 경우다. 해외법인에 대한 매출채권이 장기간 회수되지 않아 본사와 해외법인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 이를 법률용어로 '금전 준소비대차계약'이라고 한다. 금전 준소비대차계약은 금전대차의 일종이고, 금전대차는 외국환거래법상 신고대상인 자본거래다. 다만 실제 자금 이동이 수반되지 않고, 원인이 상품·용역 등의 경상거래에 있다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신고대상인지 논란이 있다.
둘째, 여러 사정으로 해외거래처에 대한 채권을 해외 다른 업체에 양도하는 경우다. 채권매매는 외국환거래법상 신고대상인 자본거래이다. 채권 양도를 하면서 양도대금을 즉시 국내 계좌로 받기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신고대상에 해당할 확률이 높다.
셋째, 채권 회수 과정에서 해외거래처와 분쟁이 발생해 합의하는 경우다. 이를 법률용어로 '화해계약'이라고 한다. 화해계약도 외국환거래법상 신고대상인 자본거래다. 외국환거래법은 합의라는 명목으로 당연히 회수해야 할 채권을 포기한 것이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넷째, 국내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은 채권 회수다. 대금을 해외계좌로 받거나, 해외 자회사가 대신 수령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돈 대신 물건이나 용역을 제공받기로 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현행 외국환거래 관리 시스템을 우회하는 중대한 예외이므로 한국은행 사전신고사항이다.
네 가지 포인트에서 언급한 업무는 외국환거래법을 생각하지 않고 처리됐을 가능성이 있다. 외화 지급이나 외화 수령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화 지급이나 외화 수령을 수반 시 자금부 담당자와 거래 은행 간 외국환거래법 절차를 상의하는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이 보통이지만, 수반하지 않을 경우 그러한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는다. 이번 정부 발표를 접한 기업이 국외재산도피 등 불법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할지라도 내부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 뜨는 뉴스
황인욱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