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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뒤에도 남는 것들, 김성복의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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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을 조형 언어로 풀어낸 조각과 회화
혼란의 시대를 견디는 인간의 형상들

"그리움은 과거를 회상하는 감정이 아니라,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몸짓입니다."


떠난 뒤에도 남는 것들, 김성복의 그리움 21일 서울 종로구 노화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각가 김성복이 작품 설명하고 있다. 엇갈린 두 조각의 허리춤에 움푹 패인 자국은 서로의 손이 있던 자국이자, 그리움을 상징한다.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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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노화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각가 김성복은 이번 개인전의 주제인 '그리움'을 이렇게 정의했다. 사랑에서 출발한 그리움은 상실과 상처, 그리고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노화랑은 2026년 새해 첫 전시로 김성복의 개인전 '그리움의 그림자'를 다음 달 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14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 기념전으로, 조각 20점과 회화 80점 등 총 1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김성복은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학한 이후, 돌조각을 중심으로 한국 조각의 조형성과 물성을 꾸준히 탐구해 온 작가다. 지금까지 18회의 개인전과 강원트리엔날레를 비롯해 국내외 단체전 400여 회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고, 교육 현장에서도 오랜 기간 후학을 길러왔다. 2002년 '미술세계 작가상'을 시작으로 여러 수상 경력을 쌓아왔으며, 최근 2025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을 수상했다.

떠난 뒤에도 남는 것들, 김성복의 그리움 김성복 '꿈수저'(2018). 서믿음 기자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대표작들이 대거 포함됐다. '꿈수저'(2018)는 20대 아들과의 대화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이제는 최선을 다해도 의미가 없는 시대"라는 아들의 말에, 김성복은 '금수저·은수저' 담론에 맞서는 상징으로 '꿈수저'를 떠올렸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이 작품은 흔들리는 구조 속에서도 무게중심을 잃지 않는 형상을 통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의지를 은유한다. 손잡이를 도깨비 방망이 형상으로 만든 것은 '꿈을 현실로 만든다'는 민속적 상상력을 덧입히기 위한 장치다.


'사랑은 그리움을 남기고 떠나갔다'(2024)는 전시의 정서를 응축한 작품이다. 서로 어긋난 두 조각에는 각각 손자국이 깊게 패여 있다. 이는 함께했던 시간의 흔적이자, 떠난 이후에도 남아 있는 상처를 상징한다. 김성복은 "그리움은 곧 상처이며, 잡을 수 없는 것을 향한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속 인물들의 손과 발이 유독 크게 표현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살아가는 인간상을 형상화하기 위한 의도적 선택이다. 김성복은 "땅을 딛고 세상을 움켜쥐려는 열망을 표현하다 보니 손과 발이 커졌다"며 "의도적으로 형태를 변형하는 조형적 방식"이라고 말했다. 강인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그의 인물들은 완전한 초인이 아닌 불안을 품은 인간의 모습에 가깝다.

떠난 뒤에도 남는 것들, 김성복의 그리움 왼쪽의 조각 작품은 오른쪽 회화 작품과 에스키스로 연결된다. 한손에 꽃, 다른 손에 칼을 쥔 현대인의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서믿음 기자

조각과 함께 선보이는 회화 작업도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축이다. 조각가에게 회화는 부차적 작업이라는 통념과 달리, 김성복의 드로잉과 아크릴 페인팅은 섬세한 감각이 두드러진다. 작가는 떠오른 이미지를 먼저 회화로 옮긴 뒤 조각으로 발전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조각의 이미지를 다시 평면으로 되짚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조각과 회화를 잇는 '에스키스(esquisse)'로서, 작가의 조형적 사고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민속과 신화에서 길어 올린 상상력, 해학과 우화를 품은 조형 언어는 김성복 작업의 특징이다. 도깨비 방망이, 해태, 거대한 손과 발 같은 상징은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품고 있으면서도, 냉소보다는 긍정과 믿음에 가깝다.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인간의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 그의 작업이 향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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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그림자'는 김성복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조형적 사유와 미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상실과 불안의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그 너머에서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을 발견하게 하는 전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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