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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 170m, 멈춰야 하나"…유산청 "1년 내 평가 완료"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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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청장 "착공 전 '스크리닝'으로 매몰 비용 원천 제거"
유네스코 "승인 중지" 권고에도 서울시 묵묵부답
7월 '부산 총회' 앞두고 외교적 파장 우려

"종묘 앞 170m, 멈춰야 하나"…유산청 "1년 내 평가 완료" 승부수 종묘 너머로 보이는 세운상가와 재개발 구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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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 개발 사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최고 170m 높이의 빌딩 숲 계획이 유네스코가 지적한 '종묘 경관 훼손' 우려와 정면충돌했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제도화를 공식 선언하며 중재에 나섰다. 서울시에 평가 기간을 1년 내로 단축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HIA가 개발 발목 잡기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승부수다.


다 짓고 나서 철거?…매몰 비용 막을 '사전 진단' 필수

건설업계에서 악몽은 '매몰 비용'이다. 수천억 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일어난 뒤, 공사 막바지에 문화재위원회가 제동을 걸면 돌이킬 방법이 없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해법으로 '사전검토(Screening)'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계획 단계에서 영향 여부를 먼저 진단하는 절차다. 허 청장은 "행정 절차를 최소화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겠다"며 "영향이 없다고 확인되면 평가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 불필요한 행정 비용과 시간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종묘 앞 170m, 멈춰야 하나"…유산청 "1년 내 평가 완료" 승부수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계유산영향평가 언론 설명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2026.1.19 조용준 기자

이윤정 국가유산청 세계유산정책과장도 "서울시가 HIA에 참여한다면 1년 이내에 절차가 완료될 수 있도록 절차와 심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사업자에게 착공 전 개발 가능 범위(높이, 디자인)를 확정 지어줌으로써, 공사 도중 사업이 엎어질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는 경제적 효과를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서울시 침묵 길어지는데…다가오는 '부산 리스크'

문제는 시간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지난해 11월 "세운 4지구 재개발 사업이 종묘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며 "평가 검토 전까지 사업 승인을 중지해달라"고 권고했다. 서울시는 한 달 내 현황을 정리해달라는 요청에도 아직 답하지 않은 상태다. 두 차례 회의가 열렸으나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자칫 이번 사태가 국제적 신뢰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는 7월 부산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개최국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종묘 앞 170m, 멈춰야 하나"…유산청 "1년 내 평가 완료" 승부수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계유산영향평가 언론 설명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2026.1.19 조용준 기자

김지홍 한양대 교수는 "(의장국인 한국이) 유네스코 권고 이행을 미루거나 불성실하게 대응한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가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정 과장 역시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국가적 불명예가 될 것"이라며 서울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렇다면 유네스코는 왜 이토록 강경하게 '승인 중지'를 권고했을까. 갈등의 표면엔 '건물 높이'가 있지만, 그 이면엔 유산 보호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이 깔려 있다. 단순히 건물을 짓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유산을 바라보는 '눈' 자체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건물'이 아닌 '풍경'이 보존 대상… 심사 패러다임 대전환

세운지구 개발의 핵심 쟁점은 심사의 기준이 '물리적 보존'에서 '시각적 보존'으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세계유산 보호의 개념이 개별 건축물 중심에서 '역사적 도시 경관)'으로 확장됐다"며 "세계유산을 보유한 도시는 개발할 때 유산과 조화를 이루며 어울릴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종묘 정전 월대에서 바라봤을 때 남산으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이 고층 빌딩에 의해 가려진다면, 물리적 거리가 멀더라도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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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 170m, 멈춰야 하나"…유산청 "1년 내 평가 완료" 승부수 '세계유산지구' 지정안 가결된 종묘 일대 연합뉴스

허 청장은 서울시에 "HIA는 개발을 반대하거나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개발 방안을 찾는 전략적 조율 도구"라며 "혁신적이고 지혜로운 답을 주길 바란다"고 거듭 요청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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