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철학자 주루이가 생의 끝자락에서 열흘간의 인터뷰를 통해 삶과 죽음의 본질을 성찰한 철학 에세이다. 그는 "죽음에 대한 불필요한 두려움을 없애고 더 잘 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생명의 길이가 아닌 삶의 '가치'에 주목하며, 유한성을 인식할 때 비로소 인간은 더 충만한 삶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소크라테스부터 슈뢰딩거, 칼 세이건에 이르기까지 철학·과학·문학·예술을 넘나드는 사유를 통해, 인간은 작고 평범한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위대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특히 '평범함'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행복이라는 메시지는 책 전반을 관통한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독자에게 더 단단하고 성실한 삶을 권하는 책이다. 삶의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러나 삶의 진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죽음으로부터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 p.29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만으로는 인간의 삶에 대한 갈망이 저절로 불러일으켜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죽음에 대한 순수한 두려움만 키울 수 있다. 인생에 용기와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단순히 '사는 것'을 넘어 가치 있는 삶의 이유를 확립해야 한다. 단순히 살기 위한 삶을 멈출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내 생명의 주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 - p.38
평범함이야말로 진짜이고, 행복이고, 또 기쁨이네. 이것은 나의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어. 물 한 모금, 죽 한 사발조차도 지금의 나에게는 사치라네. - p.113
만일 당신이 몸과 소통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곤경 속에서도 이성적인 사고를 하고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p.116
그래, 나는 내 죽음을 기대한다. '거듭남'을 기대하고, 작은 풀들이 내 몸을 양분 삼아 자라는 것을 기대하고, 나의 생명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기대한다. - p.137
우리는 모두 우주 속에 살아가는 생명이며, 또한 우주의 자식들이다. 만일 우주 전체를 무한한 공간으로 본다면, 바로 이 먼지 한 점 때문에 우주는 자기 인식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바로 이 먼지 한 점 속 사람들의 자각, 그들의 의식, 그리고 '진리'를 탐구하려는 집착 때문에 우주 전체가 살아 숨쉬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생명체가 된 것이다. - p.183
인간의 존재 하나하나에는 우주의 기적이 담겨 있다. 이는 은유가 아니라 사실 그대로의 표현이다. 인간의 의식 하나하나는 우주를 반짝이게 한다. 이는 시적인 언어가 아니라 객관적인 묘사이다.- p.186
어떤 일이 가치가 있는지는 개인이 추구하는 것, 열정, 포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네. 사람들 모두가 과학자나 철학자 혹은 기타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네. 나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해. 모든 직업에는 한계가 있어. 자네도 대학원 진학의 한계성을 정확히 알아야 하네. 그 한계 속에서 자네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또 자네의 열정을 온전히 쏟아붓기를 진심으로 원하는지 자기 자신을 되돌아봐야 하네. 이것이 바로 자네가 고민해야 할 진짜 문제라네.- p.190
우리는 죽음을 겪지 않는다. 왜냐하면 죽음은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207
사실 우리는 자기의 죽음이 드넓은 우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고 보잘것없으며, 심지어 수면 위에 작은 물보라조차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죽어도 설령 가장 친한 친구 혹은 가족일지라도 다음 날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것이며, 그 누구도 나의 죽음에 깊이 매몰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나도 그들이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당신이 나의 친구라면, 내가 죽더라도 당신이 계속해서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p.208
작더라도 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큰 것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작은 것의 의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평범한 사람이고, 저마다 가지는 평범한 감정 역시 하나같이 고귀하고, 소중히 여기며 보살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p.210
사랑한다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네. 그러므로 사랑을 피하지 말고 온몸으로 껴안고 그 안으로 깊이 들어가길 바라네. 그다음에는 자네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걸세.- p.218
그저 내게 남은 생명의 시간이 한 달이 채 안 될 거라는 것이지. 하지만 정확하게 언제가 될지는 우리 누구도 알 수 없네. 만일 내일이 어떤 하루가 될지 미리 안다면 아마도 내일은 그 의미를 잃고 따분해질걸세. 그래서 모른다는 것이 꼭 나쁜 일이 아닌 거야. 미지의 것은 우리에게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을 갖게 해주거든. - p.228
나는 모두가 자기만의 세상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네. 당신의 선량함, 지혜, 그리고 강인한 인내심은 그 세상을 찬란하게 빛내줄 테니까. 바로 당신 덕분에. - p.243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 주루이 지음 | 하진이 옮김 | 니들북 | 272쪽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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