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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같은 문화재 직접 고칠 겁니다"…40대 연구원 출신이 대패 잡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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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고창 캠퍼스, '한옥 전문 교육 성지'
연구원 출신·역사학 전공자 등 '한옥 교육' 열기
전주 연화정 도서관, 자연 환기·마이크로파일 공법 등 전통-현대 조화
남해경 교수 "이론·실기 겸비한 인재 배출이 한옥 산업화의 열쇠"
국토부, 전문인력 양성기관 추가 공모 및 산학연 클러스터 검토

"문화재 수리업체 분들이 그래요. 머리로만 배운 사람들은 현장 오면 다 헤맨다고. 그래서 저는 직접 손으로 익히러 왔습니다. 실습을 통해 구조를 몸으로 인지해야 도면도 바로바로 그려지거든요."

"종묘 같은 문화재 직접 고칠 겁니다"…40대 연구원 출신이 대패 잡은 이유 전북대 고창 캠퍼스에서 실습 중인 학생들. 오유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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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한옥 특성화 캠퍼스인 전북 고창군의 전북대학교 고창 캠퍼스 실습장. 대형 대패를 밀며 나무 향에 흠뻑 젖은 이모(41)씨는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해 답사를 많이 다녔는데, 훼손된 문화재를 보며 직접 고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세계적 건축가들도 격찬하는 종묘 정전은 논의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건축물이다. 그런 우리 문화를 잇는 진짜 기술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행정 관련 연구원으로 5년가량 근무했던 이씨는 우리 문화재와 한옥에 대한 갈증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대패를 잡았다. 현재 전북대 한옥건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졸업 후 문화재 수리 현장에 투신할 계획이다. 실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 중에는 또 다른 3학년생 진빈(33)씨도 있었다. 역사학을 전공한 뒤 한옥의 실체에 매료된 그는 "전국에 이만큼 실습 환경이 갖춰진 곳은 전북대 고창 캠퍼스가 유일하기에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실습 중이었던 공정은 부재를 직교시켜 아귀를 맞추는 '왕찌 맞춤(삼분턱 맞춤)'으로, 한옥의 뼈대를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고창캠퍼스와 전주의 한옥 건축물을 둘러본 '한옥건축 정책현장 방문' 행사는 단순한 전통 보존을 넘어 한옥을 전략 산업으로 키우려는 정부의 의지와 현장의 열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종묘 같은 문화재 직접 고칠 겁니다"…40대 연구원 출신이 대패 잡은 이유 왕찌 맞춤을 실습 중인 모습. 오유교 기자.

남해경 전북대 명예교수는 "전북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옥 건축학과가 있는 곳이며, 고창 캠퍼스는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한옥 바우하우스'로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우하우스(Bauhaus)'란 20세기 초 독일에서 설립된 예술 종합학교로,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강조하며 현대 디자인의 근간이 된 곳이다. 고창 캠퍼스가 단순히 집 짓는 법을 넘어 한옥의 예술성과 전문 시공 기술을 동시에 가르치는 '한옥 전문 교육의 성지'임을 비유한 것이다.


고창의 열기가 '사람'을 키운다면, 전주 덕진연못의 연화정 도서관은 그 사람들이 빚어낸 '명품'이다. 이곳의 설계를 맡은 임채엽 태권브이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고창 캠퍼스에서 '한옥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수료한 전문가다.


2022년 개관한 연화정 도서관은 'ㄱ'자 형태의 팔작지붕을 통해 전통의 웅장함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킨 복합문화공간이다. 임 대표는 "사업비에 맞추려 당초 러시아산 목재를 검토했으나, 전주시가 '무조건 국산 목재를 써야 한다'고 고집하며 예산 7억 원을 더 투입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며 "설계비보다 한옥 전문가의 자부심 하나로 이 건축물에 매달렸다"고 회상했다.

"종묘 같은 문화재 직접 고칠 겁니다"…40대 연구원 출신이 대패 잡은 이유 전주 덕진연못에 위치한 한옥 도서관인 연화정 도서관. 오유교 기자.

특히 연화정은 마이크로파일 공법을 통해 기둥을 호수 바닥에 직접 박아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배 같은 운치를 자아낸다. 도서관 공간보다 45cm 높게 설계된 누마루는 연못의 수면을 바라보는 최적의 눈높이를 선사하며, 앞마당과 뒷마당의 온도 차를 이용한 자연 환기 시스템을 갖추는 등 선조들의 과학적 지혜를 현대적으로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못 하나 쓰지 않고 부재를 끼워 맞춘 연화정 도서관은 현재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외국인들의 관광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현장 방문을 계기로 한옥 건축 활성화 정책에 박차를 가한다. 정부는 '5극 3특(5개 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 중심의 균형성장 전략을 추진 중인데, 한옥을 도시건축디자인 혁신의 아이템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2월 중 3억 원을 투입해 전문인력 양성 기관을 추가 공모하고, 설계부터 자재 제작, 유지보수를 한데 모으는 '한옥 산학연 협력단지(클러스터)' 조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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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국토부 건축문화경관과장은 "한옥은 선조들의 삶의 여유와 철학이 녹아있는 건축자산"이라며 "한옥이 지역 정체성과 어우러져 사랑받는 명소이자 일상 공간이 되도록 생태계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주·고창=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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