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금융위 설득 나섰지만…호응 미미
일각선 "유일한 변수, 이찬진 원장뿐"
국정과제·전자금융 사고 대응 약화 우려
금융감독원이 이달 말로 예정된 공공기관 재지정 결정을 앞두고, 공공기관 지정이 금융소비자 보호 국정과제 수행과 금융사고 감독에 오히려 부정적이라는 논리로 정부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금융위원회 통제에 더해 재정경제부 관리까지 받는 '옥상옥' 구조가 되면 민생금융범죄 특별사법경찰 운영 과정에서 인력 보강 등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쿠팡 사태와 같은 전자금융 사고 대응력도 저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8년 전 공공기관 재지정 논의 당시와 차별화된 논리라는 평가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재경부와 소속 자문기구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금융위 등을 상대로 공공기관 재지정 반대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옥상옥 반대'와 '금융감독 독립성 저해' 논리는 8년 전과 동일하지만, 국정과제 수행과 전자금융 사고 대응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는 점은 새롭게 내세운 카드다. 앞서 2018년에는 금감원 채용비리 사태를 계기로,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현 재경부) 장관과 공운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이 관리·감독 강화를 이유로 공공기관 재지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금융위와 국회 정무위원회 등의 반대로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민생금융 국정과제 실현 차원에서 정부 역시 금감원 특사경 조직 강화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인지수사권 부여와 인력 증원 등을 위한 법 개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기에 금감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 협조가 있어야만 쿠팡 본사에 대한 합동조사가 가능한 등 절차적 제약도 적지 않다.
사이버 사고와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가 고도화되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관계기관 간 신속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옥상옥' 통제를 받게 되면 업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금융위에 더해 공운위 통제를 받게 되며,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이사회 구성 등 더 강력한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금융위가 예산과 조직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다시 옥상옥을 만든다는 건 기본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8년 전과 비교해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반대에 대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지원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점이다. 현재 재경부는 물론 금융위와 국회 정무위 등 어느 주체도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인사는 거의 없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해 9월25일 금융당국 조직개편 철회 사실을 알리며 "필요하다면 추후 논의하겠다"고 한 발언을 두고, 여당이 공공기관 재지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공운위 결정까지 약 2주가 남은 현재까지도 야당이나 정부 부처 어디에서도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서, 금감원 내부에서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감원 일각에서는 "조직개편은 막았으니 공공기관 재지정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금감원 노동조합 역시 지난해 조직개편 반대 집회와 같은 대외적 행동은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공운위와 관련한 집회 등 별도의 의사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은 이찬진 금감원장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금융소비자 보호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옥상옥 구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건의하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공공기관 재지정은 '재경부(정부)-기재위(국회)' 소관 사안으로, '금융위-정무위' 소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금감원장이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데 부담이 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에서 이미 금감원 요구에 따라 조직개편을 철회해줬는데, 공공기관 재지정까지 반대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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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장 요청 외에 공공기관 재지정 논의에 변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온다"면서도 "아무리 원장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졌다고 해도, 조직개편 철회에 이어 공공기관 재지정까지 적극적으로 반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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