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기구 66곳 탈퇴·그린란드 편입 검토
프랑스·독일, 트럼프 행정부 강도 높게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의 최근 외교 행보를 두고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군사작전, 국제기구 대규모 탈퇴, 덴마크령 그린란드 편입 구상 등이 이어지면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도해 온 다자주의 질서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연합뉴스는 AP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해외 주재 프랑스 대사들을 초청한 신년 연설에서 "미국이 일부 동맹국에서 등을 돌리고, 스스로 주도했던 국제 규범들로부터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최근 국제 정세를 두고 "신식민주의적 공격성과 강자의 법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다자주의를 떠받치던 국제기구들이 점점 제 기능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전날 심포지엄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국제법이 존중받지 못하고 국제질서가 무너지는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며 "세계가 소수 강대국의 소유물처럼 취급되는 도적 소굴로 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미국이라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의 가치 붕괴"를 지목했다. 독일 대통령은 실권이 거의 없는 상징적 국가 원수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권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2차대전 뒤 주도했던 체제서 발 뺀 美…추가 탈퇴도 시사
이 같은 비판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연쇄적인 결정과 맞물려 있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등 유엔 산하 기구와 비유엔 국제기구를 포함해 총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각서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미국의 독립성을 약화하고 납세자의 돈을 낭비하는 기구에서 벗어나 '미국 우선주의' 과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이 결정이 다자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이민, 개발도상국 지원 등 글로벌 공공재 영역에서 미국의 공백이 커질 경우 국제적 불안정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통상과 안보 영역에 이어 국제 협력 부문에서도 기존 틀을 허물고 있다. 특히 총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각서에 서명한 것을 두고 트럼프식 팽창주의 기조가 반영된 결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경제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미국은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와 자원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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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덴마크 등 유럽 주요 7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그린란드의 지위와 미래는 당사자인 그린란드와 덴마크만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나토 동맹국의 영토 주권을 둘러싼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유럽 정상들은 잇따라 "이런 세계에서 유럽이 다자주의와 국제법을 지키는 마지막 공간이 될 수 있다"며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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