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영상, SNS서 조회수 1억회 넘겨
가해 학생 신상 유포에 논란도
일본의 한 고등학교에서 재학 중인 학생이 동급생을 무차별 폭행하고, 주변 학생들이 이를 격투기 경기처럼 환호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며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가해 학생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서 특정돼 무차별적으로 퍼지면서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현지 매체는 최근 SNS에 확산한 교내 폭력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일본 사회 전반에서 학교 폭력 실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4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약 9초 분량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교복을 입은 남학생 A군이 학교 화장실에서 또 다른 남학생 B군을 주먹과 발로 폭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화장실 안에는 또래 남학생 여러 명이 있었다. 한 학생은 격투기 경기 시작을 연상케 하는 구호를 외치며 빗자루를 들어 올렸다. 주변 학생들은 웃고 환호하며 폭행을 사실상 부추겼다.
B군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 채 폭행을 당했고, 영상에는 타격 소리까지 그대로 담겼다. 해당 영상은 게시 직후 빠르게 확산해 조회 수 1억 회를 넘어섰다. 얼굴과 신체가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공개되면서, 온라인에서는 A군의 이름과 학교, 전공, 개인 사진 등 신상정보가 특정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이를 두고 현지 누리꾼들은 "명백한 학교폭력", "방관하고 환호한 학생들도 공범"이라며 분노했다. 이 가운데 일각선 "미성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경찰 수사 착수·교육 당국 실태조사 예고
논란이 커지자 해당 고등학교와 관할 교육 당국에는 항의 전화가 쇄도했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도치기현 경찰은 영상이 지난해 12월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해 학생과 현장에 있던 학생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폭행 사실을 인정하며 "잘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영상 속 학생들이 모두 본교 재학생이 맞는다고 확인했다. 현재 겨울방학 기간인 만큼, 개학 이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후쿠다 도미이치 도치기현 지사도 기자회견에서 "영상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며 "약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왕따와 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하고, 교육 당국에 신속한 진상조사와 결과 공개를 지시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간 SNS를 통해 학교폭력 영상이 확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23년에는 오사카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동급생을 집단으로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가해 학생들이 정학·전학 처분을 받았다. 2022년 도쿄 인근 지역에서도 교실 내 폭행 장면이 촬영돼 유포되면서, 촬영·방관 학생들까지 징계 대상에 포함된 바 있다.
일본의 학교폭력 처벌 수위는?
일본에서는 '학교 폭력방지대책추진법'에 따라 폭행, 협박, 따돌림 등 학교폭력이 확인될 경우 학교와 교육위원회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훈계·정학·퇴학 등의 학내 징계가 가능하며, 폭행 정도가 중할 경우 형법상 폭행·상해 혐의로 경찰 수사가 병행된다. 다만 일본 형법상 만 14세 미만은 형사책임을 지지 않으며, 14세 이상 미성년자도 소년법이 적용돼 소년원 송치, 보호관찰 등 보호처분 위주로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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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실질적인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과 더불어 학교와 지역사회 차원의 예방 교육 강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 사회에서 학교 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논의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히 가해 학생에 대한 책임을 넘어, 폭력을 방관하거나 선동한 학생, 폭력 장면을 촬영해 유포한 행위에 대해서도 어느 수준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성년자가 연루된 사건에서 신상 공개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 피해자 보호와 알 권리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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