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독주 국내 소주시장
고사 위기 무학 저평가 구조 탈출 시도
비영업 자산 매각·분기배당·자사주 소각 추진
하이트진로의 독주 체제가 굳어진 국내 소주 시장에서 지방 소주 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진 가운데 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주류 기업 무학이 전면적인 체질 전환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무학은 기업가치 제고와 자사주 처분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외형 성장 대신 '자산·배당·수출'이라는 삼각축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경영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는데, 기업가치의 근간인 실적은 단기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무학은 최근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보고서'를 발표하고 2027년까지 주가순자산비율(PBR) 0.7배,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달성을 중기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PBR 0.41배, ROE 6.8%에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자산 팔고, 배당 늘리고, 주식 줄인다…무학의 4대 실행 전략
이를 위한 실행 수단은 크게 네 갈래다. 우선 서울과 경남 일대에 보유한 비영업 부동산을 매각 대상 자산으로 분류했다. 지방 주류업체 특성상 과거 사옥·연수원·유휴 부지 형태로 쌓아온 자산이 많지만 이들 자산은 장부상 가치만 키웠을 뿐 실질적인 수익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회사는 이들 자산을 단계적으로 매각해 차입금 상환, 설비 투자 재원, 주주환원 재원으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분기 배당을 정관에 명시하고, 연간 최소 배당금 가이던스를 제시해 투자자들이 매년 배당 수준을 예측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실적이 좋을 때만 배당하는 기존 지방 기업식 관행을 버리고, 배당을 경영의 기본 구조로 내재화하겠다는 의미다. 배당을 통해 주주 기반을 안정화하고, 주가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향후 3년간 매년 별도 순이익의 5%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투입한다. 이는 단순 주가 관리 차원이 아니라 주식 수를 구조적으로 줄여 주당 가치(EPS)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국내 소주 시장처럼 성장성이 제한된 산업에서는 외형 확대보다 같은 이익을 더 적은 주식 수로 나누는 구조가 훨씬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마지막으로 자사주를 단순 소각 대상이 아닌 설비 투자·조직 인프라 재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무학은 약 100만주를 기초자산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창원2공장 설비 교체와 연수원 신축 자금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달 15일에는 주당 8387원, 총 40억6235만원 규모의 자기 주식 48만4363주를 삼성공조에 처분했다. 무학은 이를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사업협력관계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독주 체제…지방 소주는 '존재감 실종'
무학의 이번 결정은 국내 소주 시장 구조와 직결된다.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는 수도권·대형마트·편의점 채널을 사실상 장악하며 전국 단위의 유통망을 완성했다. 반면 지방 소주 업체들은 거점 지역 밖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기 쉽지 않고, 지역 상권에서조차 하이트진로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 여기에 회식 문화 축소와 함께 저도주·하이볼·RTD(Ready To Drink) 트렌드가 급속히 확산하며 희석식 소주의 상대적 매력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 때문은 무학은 수출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다만 수출의 절대적인 규모는 아직 작다. 무학의 2024년 수출액은 172억원으로 전년(163억원) 대비 늘었지만 유의미한 성장세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07억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974억원)의 10% 안팎에 그치고 있다.
실적도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적자를 기록하다 2022년 흑자 전환 이후 2024년 매출 1520억원, 영업이익 168억원으로 흑자를 꾸준히 유지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0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6% 감소한 8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400억원을 밑돌고, 영업이익도 100억원대로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수 의존 탈피…수출·자산·배당 3축 전환
이번 체질 전환 전략을 통해 단기간에 실적 반등을 이뤄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국내 시장의 소주 소비 감소세가 분명하고, 하이트진로와의 격차도 영업력·마케팅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좁히기 어렵다. 본업 성장만으로 ROE 10%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다만 무학의 전략은 '성장 기업'이 아닌 '현금 창출형 안정 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성과를 낼 여지는 있다. 비영업 자산 매각을 통해 차입 부담을 낮추고, 분기배당과 최소 배당 가이던스를 정착시킬 경우 주가는 실적보다 배당 안정성에 의해 재평가되는 구조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별도 순이익의 5%를 매년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한다는 방침이 실제로 집행될 경우 이익 정체 국면에서도 주당가치(EPS)는 점진적으로 개선된다.
수출 확대 역시 극적으로 실적 반등을 주도할 만한 요인이라기보다는 하방을 떠받치는 보완재에 가깝다. 과일소주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중국·미주 한인 상권 매출이 안정적으로 늘어 수출 비중이 15%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내수 감소에 따른 매출 공백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다. 다만 아직 해외 매출의 절대 규모가 작아 수출이 단기간에 실적 구조를 바꿀 수준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이 때문에 이번 전략이 성공한다면 무학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형 주류 기업으로 시장에서 재평가받을 수 있다. 반대로 배당 가이던스 이행이 흔들리거나 자산 매각이 지연될 경우 이번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단발성 선언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류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단기적 펀더멘털의 유의미한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사측 공시대로 올해 연간 최소 주당 배당금이 유의미한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주가 하방은 과거 대비 단단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Why&Next]'땅 팔아 배당' 쏘는 소주회사…지속 가능성은?](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10616390280971_1767685142.jpg)
![[Why&Next]'땅 팔아 배당' 쏘는 소주회사…지속 가능성은?](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10616422080979_1767685340.png)
![[Why&Next]'땅 팔아 배당' 쏘는 소주회사…지속 가능성은?](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10616470780986_1767685627.jpg)
![[Why&Next]'땅 팔아 배당' 쏘는 소주회사…지속 가능성은?](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10615094980770_1767679789.jpg)
![[Why&Next]'땅 팔아 배당' 쏘는 소주회사…지속 가능성은?](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10616462880985_176768558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