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새해 '마스가 원년' 삼아
향후 5년 교두보…"수출 넘어 공동 진출"
군수지원함서 시작한 MRO, 전투함까지 확대
올해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원년'으로 선언한 HD현대중공업이 미국과 글로벌 함정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 한미 간 조선업 협력을 넘어서 '마스가'를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발판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함정·중형선사업부 대표 사장은 최근 서면으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리의 또 다른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미국과 함께 글로벌 함정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이 미 최대 방산 조선기업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등과 협력해 군수지원함 등 미국에 필요한 군함을 공동 건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있지만 이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건 처음이다. 미국에 함정 판매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과 기술을 엮어 새로운 글로벌 수요를 공동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주 사장은 "미국은 K방산이 글로벌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그 중심에는 조선업을 필두로 한 해양 방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지스 전투체계와 인공지능(AI) 기반 임무 자율화 등 영역에서 앞서 있고, 우리는 조선·해양 방산 분야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를 갖고 있다"며 "상호 윈윈이 가능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정·중형선사업부는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2월 HD현대미포와의 합병을 통해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전면에 내세운 조직이다. 방산과 특수선, 중형선을 하나로 묶은 이 사업부는 통합 이후 HD현대 조선 부문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 사장은 "방산·특수선은 상선을 대체하는 사업이 아니라 '동반 성장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2년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장에 선임된 후 지난해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HD현대중공업은 대표이사 아래 영업·특수선·엔진기계·조선 등 사업별 전문 대표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주 사장은 부문별 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사장단 인사에 포함됐다.
HD현대중공업이 세계 최대 해군력을 가진 미국과 협력해 글로벌 함정 시장 진출을 노리는 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해군력 복원 움직임 때문이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요 국가들이 노후 함정 교체와 해군 현대화 사업에 나서고 있다. 방산·특수선 분야의 전략적 중요성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주 사장은 "전 세계 여러 국가가 해군력 복원에 나서면서 함정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방산과 특수선의 사업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사장은 '마스가 원년' 이후 한미 조선 협력과 관련해 기술은 물론이고 공동 투자, 현지 법인 설립, 조선소 운영 등으로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선과 군수지원함, 전투함, 무인 전력에 이르기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통합 HD현대중공업의 함정·중형선사업부를 함정 산업의 '마더 플랜트(모태 공장)'로 육성해 전 세계 대륙별 거점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지로 만들 계획"이라며 "미국은 이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요한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 관계를 맺은 바 있다. 주 사장은 이를 두고 "글로벌 조선 1위와 함정 건조 1위 조선사 간 전략적 제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양사 최고경영진이 모두 조선·함정 분야에 정통한 엔지니어 출신인 점을 협업 속도를 높인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인력 양성, 기자재 공급, 생산 인프라 현대화 등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면서 협력을 함께 이끌어갈 것"이라고 했다.
양사는 군수지원함을 시작으로 전투함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전망이다. 그는 "양사는 동일한 사양의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해온 공통 경험이 있다"며 "협력이 본격화되면 현재 약 1.6척 수준인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건조 역량을 단기간에 두 배 이상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0월26일 'APEC 2025'가 열릴 예정인 경북 경주 라한셀렉트 호텔에서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사장(왼쪽 세 번째부터)과 에릭 츄닝 헌팅턴 잉걸스 전략 개발 총괄 부사장 등 양사 관계자들이 '상선 및 군함 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 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HD현대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서도 협력을 확대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착수한 4만1000t급 미국 화물 보급함 'USNS 앨런 세퍼드함' MRO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주 사장은 "군수지원함부터 MRO를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MRO 사업을 위해서는 미국 시장에 최적화된 솔루션과 예측 가능한 물량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전투함까지 시범적으로 MRO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통합 HD현대중공업에서는 기존 HD현대미포의 도크와 안벽까지 활용할 수 있어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선 분야에서도 손을 맞잡았다. 미국은 높은 인건비와 생산 인프라 공백으로 글로벌 항로를 오가는 상선 건조 경쟁력이 크게 약화한 상태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양 서비스 기업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dison Chouest Offshore)'와 중형급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컨테이너선의 미국 내 공동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주 사장은 "(상선 건조가 위축되면서) 미국 내 기자재 조달이 제한적이다. 이 분야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실무 협의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의 조선 협력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선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존스법에 대해서는 "미국 조선업을 지키는 울타리였지만, 지금은 부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존스법은 미국 항구 간 화물 운송에 미국산 선박만 허용하는 내용을 담아 미국 조선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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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사장은 "기술 공유를 통한 협력을 먼저 시작한 뒤 직접 투자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미국 현지와 한국에서 수행할 역할 모두 미국의 법과 규정, 제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변동성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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