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유동성 확대에 지난해 귀금속 강세
금리인하 기대·중앙은행 헷지 수요가 가격 지지
"하반기부터 주도 자산 교체 가능성" 경계감도
금·은·동(구리) 가격의 동반 강세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연말·연초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향후 금·은·동 투자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시장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달러 약세,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주식시장과 귀금속 시장이 동시에 달아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국면이 전개됐다. 원자재 시장에서 귀금속 부문은 한 해 동안 68.6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은·동 가격은 각각 64.4%, 141.4%, 41.7%(런던금속거래소 기준) 올랐다. 여기에 희소 금속인 백금(플래티넘)과 팔라듐은 각각 127.6%, 81.5% 뛰며 다른 자산군의 성과를 압도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원자재 시장은 에너지와 농산물이 부진한 가운데 귀금속과 산업금속이 상승을 주도했다"며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구분이 흐려진 에브리싱 랠리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 현물 ETF 투자 가능…김치 프리미엄 유의해야
상장지수펀드(ETF)의 활성화도 귀금속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인 동시에 대규모 투자금 유입을 촉진했다. 특히 순자산 3조8000억원 규모의 ACE KRX금현물 ETF는 지난 1년간 2조3780억여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1조500억원 규모의 TIGER KRX금현물 ETF도 이 기간 8620억여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ACE KRX금현물, TIGER KRX금현물 등 ETF 상품은 국내 금 현물 가격을 그대로 추종하며, 운용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 금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소위 '김치 프리미엄'(괴리율)은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10월 금값 조정기에도 20%에 육박하던 괴리율이 0~1%로 떨어져 국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손실을 봤다.
괴리율에 따른 변동성을 피하고 싶다면 국제 금 현물이나 금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사는 방법도 있다. KODEX 골드선물(H),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골드선물(H) 등은 국제 금 선물 가격을 추종하고, KODEX 금액티브, SOL 국제금 등은 국제 금값을 추종한다. 액티브 ETF는 금 가격 자체보다 현물과 선물 비중을 조절하는 운용 전략의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은과 구리는 현물 가격을 직접 추종하는 상품이 없다. KODEX 은선물(H), TIGER 은선물(H), KODEX 구리선물(H), TIGER 구리선물(H) 등 선물 가격 기반 ETF에 간접 투자할 수 있다. 선물형 상품은 롤오버(선물계약 이월) 비용 등 구조적 요인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ME 선물 증거금 인상 조치에 하락…당분간 랠리 유효"
향후 원자재 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금과 은이 각각 온스당 5000달러와 100달러, 동은 톤당 1만5000달러를 기록할 수 있을지 여부다. 지난주 원자재 시장에선 귀금속이 큰 폭(-5.3%)으로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지난해 금·은·동·백금 등에 대한 증거금을 2차례 인상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이었다. 6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금 가격 선물은 장중 4454.20달러, 은 선물은 76.18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금·은·동 강세 흐름이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CME의 선물 증거금 인상 조치와 최근 가파른 귀금속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도로 한동안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연내 금가격 추가 상승 전망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조와 달러 약세 환경이 유지되는 한 금·은·동 가격의 구조적 강세 요인은 유효하다"며 "상반기까지는 금을 중심으로 은과 구리를 병행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간의 금값 상승은 Fed의 정책금리 인하와 장기채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각국 중앙은행들이 헷지(위험 회피) 수요를 확대한 결과"라며 "향후 2차례 이상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점은 금 가격에 매력적인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Fed는 양적긴축(QT)을 종료하고 국채 매입에 나서기 시작했고, 투자은행(IB)의 족쇄였던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도 완화된다"며 "여기에 차기 Fed 의장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금리 인하에 친화적인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가격 흐름 경계 목소리도…"변동성 관리 중요"
연말까지 랠리가 이어질지에 대해선 신중론도 나온다. 최 연구원은 "정책금리 인하는 이미 8부 능선을 넘어선 상태"라며 "각국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하 횟수를 보더라도 2023~2025년과 같은 속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각국 중앙은행들을 통한 헷지 수요는 지난해와 같을 수 없으며, 유동성을 뒤쫓는 은과 구리 역시 작년과 같은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부터 원자재 시장 가격 상승의 주도권이 에너지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최 연구원은 "유가와 천연가스로 구성된 에너지 섹터는 유동성 지표나 다름없는 금 가격을 18~20개월 후행한다. 비미국 중심의 유동성이 지난해 초부터 팽창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 4분기가 이를 반영하는 구간이 될 수 있다"며 "이는 통화정책을 제약하는 요인이자 금 가격 상승 속도를 늦출 변수"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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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상반기 또는 늦어도 3분기까지는 금이 주도 자산 역할을 하겠지만, 하반기엔 유동성의 후행 효과가 반영되며 주도 자산이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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