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폭죽 불씨로 순식간 화재 확산해
대피로·방음재·소방 점검 논란
부상자 유럽 각국 화상 전문병원 이송
새해 벽두부터 스위스 남부 발레주(州)의 스키 휴양지 크랑몽타나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참사로 숨졌던 40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5일 연합뉴스는 AFP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스위스 발레주 경찰이 재난희생자신원확인팀(DVI)을 투입해 화재 발생 사흘 만인 4일 사망자 전원의 신원 확인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국적은 스위스 21명, 프랑스 9명, 이탈리아 6명, 벨기에·포르투갈·루마니아·튀르키예 각 1명이다. 프랑스 국적자 가운데는 스위스 이중국적자 1명과 이스라엘·영국 삼중 국적자 1명이 포함됐고, 이탈리아 국적자 중 1명은 아랍에미리트(UAE) 이중국적자로 확인됐다. 희생자들의 나이는 14세에서 39세 사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18세 미만 미성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현장에는 겨울 휴가를 즐기던 청소년과 젊은 관광객들이 다수 모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부상자는 총 119명으로, 스위스 국적자가 71명으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 14명, 이탈리아 1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중 35명은 중증 화상을 입어 벨기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의 화상 전문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불이 난 술집 '르 콩스텔라시옹'을 운영해온 프랑스 국적의 부부를 과실치사상 및 실화 혐의로 입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샴페인 병에 부착된 휴대용 폭죽에서 발생한 불씨가 천장으로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순식간에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은 현장 천장에 사용한 방음재가 가연성이 높은 소재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실내 공간이 밀폐된 구조였던 점과 맞물려 연기와 불길이 급속히 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화재 발생 경위와 함께 비상 대피로 확보 여부, 소화 장비 설치 상태, 화재 예방 규정 준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현지 언론들은 조사 결과에 따라 소방 당국 역시 관리·감독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논란은 과거 안전 점검 이력으로도 번지고 있다. 주인 부부는 2015년 가게를 인수한 이후 세 차례 소방 안전 점검을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법적으로 매년 실시해야 하는 정기 점검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지하 공간과 1층을 연결하는 계단 폭이 좁아져 대피가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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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는 1970년 발생해 47명이 숨진 스위스에어 항공기 폭탄 테러 이후 스위스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오는 9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애도의 날에는 크랑몽타나에서 공식 추모식이 열리며, 전국 교회에서 동시에 종을 울리고 묵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스위스 사회 전반에서는 대형 다중이용시설의 화재 안전 기준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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