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ASSA) 2026
옐런 전 재무,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우려
"Fed, 재정당국 자금 조달 수단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가 미국을 이른바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 위험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재닛 옐런 전 미 재무부 장관이 경고했다. 정부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화당국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정책은 물가와 금융 시장 불안을 키워 결국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ASSA) 2026' 패널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필라델피아=권해영 특파원
옐런 전 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ASSA) 2026'의 'Fed의 미래' 세션에 참석해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재정당국의 자금 조달 수단이 아니며, 결코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옐런 전 장관은 2014~2018년 Fed 의장을 지냈고,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Fed에 대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상황을 재정 지배로 향하는 위험 신호로 해석했다. 재정 지배는 "정부의 적자와 부채가 누적돼 통화정책이 물가·고용 안정인 본래 목표보다 재정 필요성에 종속되는 상태"로 규정했다. 이 경우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금리 인하나 국채 매입 등 정부의 차입 비용 절감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커진다.
옐런 전 장관은 이로 인해 ▲더 높고 변동성이 큰 인플레이션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고착화 ▲위험 프리미엄과 차입 비용 재상승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짚었다.
현재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약 38조달러(약 5경5000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약 6%로, 전쟁이나 심각한 경기 침체를 제외하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옐런 전 장관은 이를 3%까지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 의회예산국(CBO)은 GDP 대비 연방정부 부채 비율이 올해 100% 수준에서 향후 30년간 150% 이상, GDP 대비 순이자비용 비율이 같은 기간 약 3.2%에서 5.4%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재정 여건은 녹록지 않다.
다만 그는 현재 미국이 재정 지배 국면에 진입한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옐런 전 장관은 "Fed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재정 여건을 악화시키는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다"며 "전례 없는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속에서도 Fed는 (물가·고용 안정 책무 달성)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장기 재정 전망 악화로 재정 지배 경로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분명히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며 "부채 이자 비용을 낮추기 위해 대통령이 중립금리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이에 응하지 않는 리사 쿡 Fed 이사에 대한 해임 시도는 "Fed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장이 의미 있는 적자 감축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면 위험 프리미엄 상승이 부채 악순환을 촉발하고 이는 달러화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변동성 확대와 주요 신용평가사의 미 국가신용등급 하향 등은 이런 우려가 시장에 이미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재정 지배 위험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옐런 전 장관은 초당적 재정 합의를 통한 중기 재정 경로 조정을 제시했다. 정부 재량지출 감축과 함께 의무지출인 사회보장·의료 프로그램 조정, 세입 확충을 병행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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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그는 달러 패권이 현재로서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제재 수단 활용과 달러 중심 금융 의존이 커질수록 각국의 탈(脫)달러 움직임이 강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필라델피아=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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