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사랑'이 실제로 타인을 향한 감정일까 아니면 결핍된 자기 자신이나 욕망의 투영일까. 저자들은 사랑을 상대와의 융합이나 완성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나와 타인의 경계를 존중하며 함께 존재하는 관계로 재정의한다. 정신분석과 철학, 신학을 아우르는 두 저자는 사랑을 인간 존재의 근원적 갈증으로 바라보며, 관계의 반복된 갈등과 피로 속에서 사랑을 다시 사유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한다.
내게는 나 혼자 감당해야 할 고독이 있고, 그에게는 자신만의 고독이 있는 법이다. 자신의 '혼자 있음'을, 자신의 존재가 유일함을 인정할 때만이 비로소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유일한 존재이다. 따라서 둘이 되기 전에 먼저 하나임을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나를 열어 보이고, 그와 하나로 합쳐지기에 앞서. -37쪽
한 사람의 타인처럼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를 또 다른 자신처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그를 자신과 똑같은 사람으로 사랑하는 게 아닐까? '나 자신의 또 다른 반쪽'처럼? -45쪽
우리는 그제야 다른 누군가와 '알게 된다는 것'은 미지의 누군가를 알게 되는 것이며, 신과 알게 되는 것임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55쪽
인간은 다른 누군가를 만날 때, 그 만남을 통해 진정한 그 자신이 된다. -59쪽
'사랑'이라는 말은 또 다른 의미를 띠게 된다. 사랑은 이제 에로스가 아닌 '결합'을 의미한다. 자유로운 두 영혼, 두 주체 간의 결합. 두 사람은 더 이상 상보성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의 결핍을 메워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자체로 온전한 두 명의 주체다. 이 두 자유로운 영혼 간의 관계에서는 신성하거나 미지의 무언가가 드러난다. 이는 의존적인 사랑이거나 유혹하는 사랑이 아니라 열매를 맺는 결합이다. -59~60쪽
그러나 실제로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남자나 여자는 한탄하고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사랑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밖에서 자신들에게 결핍된 사랑을 찾는다. 그들이 좇는 것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찾는 게 무엇인지 알고는 있을까? 목마른 두 사람이 만나면 그들은 서로에게 그토록 찾던 샘물이 될 수 있을까? -269쪽
내가 당신이 없이도 존재한다면, 나는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더 이상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당신과 같이 있을 때도 나 자신이고, 당신이 없어도 나 자신이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있으면 더욱더 나 자신임을 느낀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어야 하는 필요성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있고픈 욕망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당신이기 때문에. -270쪽
둘이 된다는 것은 단지 서로를 마주 보면서 각자 상대에게서 사랑받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둘이 된다는 것은 영감으로 충만한 사랑의 행위이며, 서로를 높이 끌어올려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사랑의 행위이다. -323쪽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가 사랑하는 그는 누구인가? | 카트린 벵사이드 외 1명 | 열림원 | 332쪽 | 1만9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