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마커스 뉴욕대 교수
LLM은 고도화된 모방…일반화·신뢰성 한계
딥러닝만으론 AGI 한계…뉴로·심볼릭 전환
GDP 성장은 투기적 투자 영향
오류 수정 늘리는 '워크 슬롭', 생산성 저해
닷컴버블처럼 기술 맞아도 투자 시점 틀려
"현재 인공지능(AI)의 근간을 이루는 거대언어모델(LLM)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기존 데이터를 조합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확장된 모방(extended version of imitation)'에 가깝습니다. 정확성과 신뢰성 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나, 시장의 기대와 투자 규모는 기술의 실제 성숙도를 크게 앞서가고 있습니다."
인지과학 기반의 AI 비평가로 미국 내에서 널리 알려진 게리 마커스 미국 뉴욕대학교(NYU) 심리학·신경과학 명예교수는 최근 화상으로 진행된 본지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현재의 AI 붐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30년 넘게 AI의 구조적 한계와 위험을 연구해 왔으며, 딥러닝 중심의 접근법만으로는 범용 AI(AGI)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마커스 교수는 오늘날 AI 시스템의 핵심인 LLM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기보다는 '패턴 인식기(pattern recognizers)'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학습 범위를 벗어난 낯선 상황이나 실제 환경에서는 오류를 내기 쉽고, 사회가 기대하는 수준의 신뢰성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평가는 최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일부 AI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확산된 낙관론과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업계에서는 LLM이 제한된 영역에서 생산성 향상 등 실질적 효용을 이미 입증했고, 모델 규모 확대와 멀티모달·에이전트 기술을 통해 일반화 능력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다만 이 같은 주류 시각에 비교적 비판적인 소수 의견을 견지해 온 마커스 교수는 이런 부분적 성과가 곧 범용적 신뢰성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AI의 중장기적 발전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AGI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기호 기반 AI와 신경망 기반 접근법을 결합한 '뉴로·심볼릭 AI'와 같은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산업을 둘러싼 투자 과열 논란에는 특히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최근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상당 부분은 AI로 인한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이라기보다 AI 기대감에 따른 투기적 투자에서 기인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기업을 제외하면 AI가 실제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생성형 AI가 업무 효율을 높이기보다는 오류 수정과 재작업을 늘려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워크 슬롭(work slop)'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커스 교수는 끝으로 "닷컴버블 당시에도 기술의 방향은 옳았지만 투자 시점은 틀렸다"며 "AI 역시 언젠가는 성공하겠지만, 현재 시장은 그 시점보다 지나치게 앞서 나가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마커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오늘날 AI 시스템의 핵심인 LLM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LLM의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일반화 능력이다. 이 모델들은 이전에 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는 뛰어나지만, 새로운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나 추론에는 취약하다. 그래서 학습 데이터에 충분히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면 오류를 내기 쉽다. 단순 복사는 아니지만, 본질적으로는 고도화된 모방에 가깝다.
-현재의 딥러닝 중심 접근법은 AGI 논의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보나.
▲현재 방식의 딥러닝만으로는 AGI에 도달하기 어렵다. AGI 출현은 가능하다고 보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기호 기반 AI와 신경망 기반 접근법을 훨씬 더 정교하게 통합해야 한다. 이른바 '뉴로·심볼릭 AI'와 같은 구조적 돌파구가 필요하며,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요구될 것으로 본다.
-최근 AI 기술과 산업에 대한 사회적·시장의 평가를 어떻게 보나.
▲전반적으로 AI는 지금 과대평가돼 있다. 가장 지배적인 기술인 LLM은 정확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비교적 잘 작동한다고 여겨지는 영역에서도 오류는 여전히 빈번하다. LLM은 본질적으로 패턴 인식기이며, 현실 세계의 문제 대부분은 이를 넘어서는 능력을 요구한다.
-AI가 생산성을 높여 미국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 주장은 상당한 혼동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GDP 성장의 상당 부분은 실질적 생산성 증가가 아닌, AI에 대한 투기적 투자 효과에서 비롯됐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포함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은 AI에 투자하고서도 가시적인 투자 대비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MIT가 발표한 '2025년 기업 환경에서의 AI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300건의 공개된 생성형 AI 도입 사례와 함께 기업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이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고도 이 중 95%는 가시적인 투자 대비 수익을 확인하지 못했다). 챗GPT 등장 이후 'AI가 직원 10명의 일을 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오류로 인해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주가 평가는 정당한가. 일각에서는 닷컴버블을 연상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당하다고 보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훌륭한 기업이지만 현재의 기업가치는 다른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을 활용해 막대한 수익을 낼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제를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지분투자하고, 오픈AI가 엔비디아 반도체를 대량 구매하는 순환 금융 구조 역시 실제 수요를 과장할 위험이 있다. 과열된 투자란 점에서 현재 AI 붐은 닷컴 버블과 매우 유사하다.
-AI가 노동 시장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인 공포는 과장됐다. 현재 AI가 대규모로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AI를 핑계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20년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AI 발전이 노동시장을 실질적으로 대체하는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이는 사회 전체가 피할 수 없이 마주해야 할 문제다.
-AI의 장·단기 위험을 어떻게 보나.
▲단기적으로는 사이버 범죄, 허위 정보, 비동의 딥페이크 포르노그래피 등 이미 현실화된 위험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AI를 인간의 의도에 맞게 통제하는 정렬(align) 문제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특히 군사적 영역처럼 오류의 비용이 치명적인 분야에서는 위험이 더욱 커진다. AI가 인류를 멸종시킬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허위 정보 확산이나 생물 테러, 군사적 오판 등을 통해 인류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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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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