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리기 본격화되는 '선별적' 강세장 전망
새해에도 실적 앞세운 반도체 업종 '질주' 기대
자동차 업종, 내년엔 다를 것…주도주 복귀 채비
'붉은 말'의 해인 2026년, 국내 증시의 상승 흐름이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성장 엔진 위에 각 산업의 구조적 혁신이 더해지며 '주마가편(走馬加鞭)'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하는, 즉 상승 흐름에 추가 동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의 새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를 담은 키워드는 '확장'이라 볼 수 있다. 투자 규모와 산업 적용 범위, 기업 실적의 가시성이 동시에 확대되는 국면을 의미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와 원전, 자동차, 제약·바이오 업종까지 AI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며 상승 동력이 점차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새해 한국 증시는 더욱 힘차게 달릴 것으로 전망한다"며 "시장은 유동성과 실적의 함수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호적인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AI 성장 스토리와 맞물린 기업 실적 상향이 시장 전반의 레벨업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전력 인프라: AI 확산이 만드는 구조적 실적 모멘텀
반도체 업종의 증익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저가 높아졌음에도 2026년 글로벌 반도체 투자는 6000억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 흐름에 주목했다.
메모리 시장 역시 수급 여건이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스마트폰과 서버, AI 가속기 등 응용 전반에서 수요 증가율 대비 공급 증가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연간 기준으로 수요 초과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AI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 확대보다는 제품 구성(Mix) 전환에 집중하는 전략이 전개되고 있다"며 "이 같은 전략 변화가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은 반도체 장비 업종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선단 공정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 감소와 가동률 조정 등을 고려할 때,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Wafer capacity)은 연중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기술적 진입장벽을 확보한 장비 업체를 중심으로 실적 가시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AI 확산의 또 다른 수혜 분야로 전력 인프라와 원자력 발전 업종을 꼽고 있다. AI 활용 증가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전력 소모량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는 전년 대비 29.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력 인프라 투자는 2.5%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구조적인 전력 공급 부족 우려가 제기되며, 전력 부족 해소를 위한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원전과 전력기기 업종의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자동차株, 기술 플랫폼으로의 재평가
올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자동차 업종은 새해 유망 업종으로 다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인 제조업의 틀을 넘어 기술 플랫폼 산업으로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점유율 상승과 실적 개선, 로보틱스 밸류체인 확장, 자율주행 전략 변화에 따른 기업가치 재평가를 예상한다"며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의 핵심 키워드는 피지컬 AI, 로보틱스,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약·바이오 업종 역시 새해에 더욱 주목받는 업종 가운데 하나다. 이벤트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성과가 검증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말 주요 학회 성과와 연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에 참석하는 기업들의 전략 발표,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링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긍정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위탁개발생산(CDMO) 및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간 선별 과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는 내년 국내 주식시장이 '테마'를 앞세운 기대감의 시장이 아니라 '실적으로 증명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승 흐름 자체는 유효하지만, 시장 환경에 맞는 전략을 취하지 않을 경우 성과 차이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영원한 상승은 없는 만큼, 시나리오별 대응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며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가치를 입증하는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강조했다.
붉은 말의 해인 2026년, 국내 증시는 AI라는 강력한 엔진 위에 반도체와 자동차, 제약·바이오, 전력 인프라 산업이 동시에 올라타며, 기대가 아닌 숫자와 실적으로 그 가치를 증명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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