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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손경식 경총 회장 "정년연장하려면 노동시장 먼저 유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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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적·강제 추진은 부작용
전체 80% 중기엔 혜택 없어
청년고용 불안·세대 갈등 심화

취업규칙 완화 반드시 이뤄야
연공서열 임금체계 개편 필요
우리 사회, 타협에 익숙지 않아

"정년을 연장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기업들이 어떻게 마련하겠습니까. 성과주의를 중심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임금제도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특히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바꾸기 위해선 취업규칙 변경 완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CJ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정년연장 정책에 대해 "노동시장 유연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손경식 경총 회장 "정년연장하려면 노동시장 먼저 유연해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CJ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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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정년연장특별위원회를 통해 8~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정년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연내 입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사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입법은 일단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경영자 단체의 수장인 손 회장은 인구 고령화를 감안해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65세 정년을 법으로 못 박아서는 안 된다는 방침에는 확고한 뜻을 나타냈다.


손 회장은 인터뷰에서 연공서열 임금체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민주당도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을 깎을 경우 노동조합 동의가 필요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대상에서 빼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우리 임금체계는 성과 대신 연공서열로 정해진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취업규칙을 바꿀 때 노사 합의 대신 '의견 청취'로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직무의 가치나 성과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높은 임금 연공성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정년연장에 따른 비용을 감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민주당이 최근 발표한 단계적인 정년연장 안에 대해 "노동시장 유연화가 먼저 이뤄져야 고령자에게 일할 기회를 주면서 청년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며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노사가 이견을 좁힐지에 대해선 "우나라가 타협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범국가적인 공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법적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에 미칠 영향에는 "고용 불안을 더욱 가중하고 사회 전반의 세대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기성세대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대 쏠림'이나 '공시족' 같이 비교적 편한 영역이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손경식 경총 회장 "정년연장하려면 노동시장 먼저 유연해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CJ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다음은 손 회장과 일문일답.


-최근 민주당이 제시한 정년연장 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률적이고 강제적인 방식의 법정 정년연장은 부작용을 부른다. 여러 가지 융통성 있게 논의해야 한다. 당장 정년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시점을 분산하고 임금을 조정할 때도 융통성이 필요하다. 또 중요한 문제는 과연 정년연장을 중소·중견기업이 감당할 수 있냐는 점이다. 작은 기업들도 생산성을 높이고 일거리를 많이 만들려고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률적 정년연장이 갖고 올 수 있는 부작용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소수의 대기업만 혜택을 보고, 전체의 80%가 넘는 중소·중견기업은 혜택을 못 본다는 부작용이다. 또 정년연장을 위한 비용을 감당하려면 성과주의를 중심으로 임금을 책정할 수 있도록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임금체계가 대부분 성과는 보지 않고 연공서열로 정해진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동법이 임금체계 같은 취업규칙을 바꿀 때 노사 합의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제도가 있었던 일본의 경우 2007년부터 노사가 충분히 협의하면 기업이 임금체계를 바꿀 수 있다는 법을 시행 중이다. 앞으로 임금이 큰 문제가 될 텐데 일본의 경험을 살려서 노동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노동시장 과제들을 먼저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인터뷰]손경식 경총 회장 "정년연장하려면 노동시장 먼저 유연해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CJ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올해는 넘어가지만 내년에는 당장 법정 정년연장 압박이 거세지지 않을까.

▲정년연장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예전의 70세와 지금의 70세는 다르지 않나. 사람은 누구나 일하고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정년연장은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조차도 그 비용을 감내하기 어렵다.


-최근 정년연장에 따른 비용 추산을 보면 최대 30조원이라고 한다. 이를 기업이 감당할 수 있나.

인공지능(AI) 등장 이후 시대가 바뀌고 있다. 기업들이 2~3년 전에 했던 방식을 이어가는 건 너무 편안한 생각이고 새 시대에 맞게 변화를 모색, 준비해야 한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새로운 산업 일으키는 데 정부 지원도 필요하고, 실제 AI 분야에서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정년연장은 결국 재원의 문제다. 정년이 늘어나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하는데 그 재원을 어떻게 준비할까. 기업들은 정년연장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성과를 올리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적의 정년연장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 60세 정년에 퇴직하고 재고용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재고용할 땐 성과가 너무 없었던 사람들은 제외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재고용 시 임금은 퇴직 전에 받았던 수준이 아니라 새롭게 책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전과 동일한 일을 맡기는 건 아니고, 퇴직 전 경험을 살려서 새로운 일자리에 배치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인터뷰]손경식 경총 회장 "정년연장하려면 노동시장 먼저 유연해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CJ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노조 반발이 상당하다.

▲국제경쟁력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 알다시피 한국은 개방국가다. 수출로 돈을 벌어들여서 일자리를 만들고 또 임금을 지급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경쟁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경쟁력 없이 어떻게 물건을 팔겠나.


-설득은 잘 이뤄지고 있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도 있고, 한국노총과는 평소 이런 문제를 가지고 종종 만난다. 민주노총은 쉽지 않다. 경사노위원장이 새로 왔지만 아직 돌아올 의사를 명확히 안 밝혔다.


-노사가 이견을 좁힐 수 있을까.

▲어렵다. 우리나라가 타협을 모르는, 타협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주장을 끝까지 관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기업과 노조는 한 배를 탔다. 누구 혼자만 잘 살겠다는 게 아니고, 기업이라는 게 돈만 벌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 직원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직장에서 보람을 느끼게 하면서 서로 잘해보자는 것이다. 또 노조 간부만 설득하는 게 아니라 범국가적인, 범사회적인 공감이 필요하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일 때,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바로 금융위기가 있었을 때 노사는 위기인 만큼 다투지 말자고 해서 큰 이견 없이 합의가 성립된 경험이 있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노조도 대한민국 국민이니 잘 설득해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정년연장 시 청년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연구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청년들과 합의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일방은 손해 보는 결정은 청년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역시 일자리를 더 창출하고 새로운 산업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총은 '세대공존 일자리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대담=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정리=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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